나는 어렸을 때 농촌에서 살면서 성장했다. 이웃집 할아버지들은 뒷짐을 지고 논두렁 또는 밭두렁을 어슬렁
어슬렁 걸으며 작물의 생육상태를 살피는 것을 자주 보았다. 그러나 젊은이들이 뒷짐을 지고 다니는 것은
본 적이 없다. 그래서 뒷짐을 지는 것은 힘이 없는 늙은이들이나 하는 행동쯤으로 치부하였었다.
그리고 어떤 문제에 대해서 대처할 생각은 하지 않고 가만히 지켜보기만 할 때 뒷짐을 지고 있다고 말을 한다.
자기가 해결해야 할 일인데도 불구하고 남의 일인 것처럼 닭 처다 보듯 한다는 뜻이다. 이처럼 내 머리에는
뒷짐이 나쁜 의미로 다가왔었다.
그런 내가 요사이 비탈길을 올라갈 때 뒷짐을 지는 경우가 많아 졌다. 나는 뒷짐을 지고 걷는 것을 느꼈을 때
에는 재빨리 뒷짐을 풀었다. 그리고 양팔을 씩씩하게 앞뒤로 흔들며 보폭도 크게 하려고 발버둥 쳤었다. 내가
벌써 뒷짐을 질 정도의 노인네가 되었나하고 자문도 해 봤다. 내가 먹은 나이를 실감하지 못하고 아직도 청춘
이라는 생각이 드니 어쩌면 좋은가.
왜 나이가 들면서 뒷짐을 질까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우선 나이가 들면서 오래 써먹은 척추가 약해진다. 또한
신진대사도 점점 떨어지게 되고 탄수화물의 연소가 덜 되어 지방질이 뱃살에 붙는다. 척추가 약해지고 뱃살이
붙으면 오래 동안 빳빳하게 서있기가 힘들어 진다. 그러니 나이가 들면 자연스럽게 뒷짐을 지게 된다고 한다.
옛날에 선비들은 장시간 책상다리를 하고 앉아 책을 읽으며 공부를 했다. 공부를 하는 중간에 하루에 두세차례
뒷짐을 지고 마을길을 어슬렁어슬렁 걸으며 사색도 하고 건강도 챙겼다고 한다. 뒷짐을 지고 걸으면 가슴을
열어주고 목과 허리를 곧게 하여 척추에서 오는 각종 질병치료에 좋다고 한다. 그뿐만 아니라 뇌의 명령으로
복부뱃살을 빼는데도 어느 다이어트보다 효과가 있다고 한다.
그러나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는 모든 것이 속도전이다 보니 “빨리빨리”문화가 뒷짐을 지고 어슬렁어슬렁 천천히
걸으며 사색하고 건강을 챙길 수 없도록 했었다. 반면에 자기에게 이해관계가 없으면 불의를 보고도 나 몰라라
하고 뒷짐을 지었던 것 같다.
이제까지 바쁘게 살아오느냐고 앞만 보고 살아왔지 않는가 그리고 나와 이해관계가 없으면 나몰라라 하고 살아
왔지 않는가.
앞으로는 뒷짐을 지고 어슬렁어슬렁 걸으며 뒤도 돌아보고 자연과 대화도 하고 사색도 하면서 현재를 즐겁게
살아야하겠다. 또한 주변사람도 돌아보는 따듯한 마음으로 노년을 아름답게 마무리해 보아야겠다.
'하고 싶은 말'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이식이 놈의 작은 행복 (0) | 2012.07.07 |
---|---|
지리산에 핀 꽃과 나눈 이야기 (0) | 2012.05.20 |
탄천의 겨울철새 (0) | 2012.02.22 |
간절한 기도 (0) | 2012.02.19 |
배낭여행을 준비하며 얻는 행복 (0) | 2010.10.3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