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은 온천지가 생동하는 계절이다. 모든 생물이 새싹이 돋아나서 연초록 세상을 만들고 있다. 겨울동안
움추러들었는 사람들도 생기가 돋아 밖으로 나가고 싶어진다.
나는 5월 10일부터 12일까지 2박 3일 동안 친구와 함께 지리산둘레길을 걸었다. 지리산에서 자연과 교감
하며 이야기를 나누며 걸었다.
민들레같은 성급한 놈은 벌써 꽃이 지고 열매를 맺었다. 후손을 빨리 보아야 할 무슨 사연이 있는가 보다.
벌써 씨앗을 흩날리고 있으니 말이다.
낮은 지역에 사는 아끼시는 벌써 꽃이 떨어졌고 높은 지역에 사는 아까시는 아직도 꽃이 덜 피어 꿀벌들을
유혹하고 있다. 꿀벌들은 열심히 이꽃저꽃을 부지런히 쫓아다니며 꿀을 모아 사람들에게 바치고 있다고
나에게 으시댄다.
장미는 립스틱을 짖게 바르고 아름다움을 뽐내며 정열적인 사랑을 하자고 나를 유혹한다. 나를 아직도
유혹하는 놈이 있다니 얼마나 고맙고 행복한가. 장미야 나도 너를 사랑한다.
그뿐인가 못생긴 얼굴을 해가지고 나를 사랑해달라고 때를 쓰는 잡풀과 야생화들도 많다. 얼굴 못생긴것을
카바하기위해 노란옷,하얀옷,분홍색옷을 입고 얼굴에 향수를 바르고 나를 유혹하지만 넘어갈 내가 아니지
않는가.
오동나무야
옛날에는 사람들이 딸을 낳으면 시집갈때 장농해 줄려고 너를 심었지 않니. 세상이 변해 너의 용도가 떨어졌
다고 그렇게 심하게 짖은 향기를 내품으며 사랑해 달라고 나를 유혹하니. 짖은 화장과 향수를 뿌리는 짓은
화리개나 하는 거란다. 자존심도 없는 오동나무야 참 딱도 하다.
양귀비처럼 예쁘고 요염하지는 않더라도 육목단처럼 후덕함이라도 있어야 하지 않겠니. 아니면 엉컹퀴처럼
침으로 보호막을 치고 도도하게 굴면 나는 오히려 애간장이 타서 너를 짝사랑이라도 할지 아니.
보리야 너는 무엇을 할려고 그 넓은 들판을 다 차지하고 있니. 보리쌀이 되어 나에게 올래 아니면 청보리가
되어 소에게 갈래. 옛날에는 나에게 왔겠지만 요사이 내가 너를 싫어하는 것을 알고 삐져서 소에게로 가겠지.
그렇다고 소에게만 가지말고 나에게도 조금은 와 주시게나. 나도 너희를 사랑한단다. 보리야
감나무야. 너는 왜 그렇게 사람들에게 사랑을 독차지하니. 사람들이 너에게만 퇴비라는 밥도 주고 다리를 깨끗
하게 닦아주고 농약이라는 물도 뿌려 주더구나. 사람들이 너를 사랑하는 비결이 무엇인지 알려다오. 지금은
알려 줄 수 없고 가을에 오면 알려준다고. 너는 거만한 놈이로구나
매실아. 둘레길에서 너를 자주 만나다 보니 정이 듬쁙들었단다. 너는 성질이 너무 급하구나. 가을에는
감나무한테 사랑을 빼앗길것 같아서 일찍 열매를 맺었지. 하지만 너를 수확하는 시기와 모내기하는 시기가
겹쳐서 농민들만 힘들게 하였단다. 그래도 네가 사람들에게 건강을 선사하는 것을 나는 알기때문에 너를
정말로 좋아한단다. 6월부터 사람에게 다가와 좋은 일을 하려무나 알았지....매실아
그리고 나와 이야기를 많이 나눈 들꽃들아. 여기에 일일이 소개를 못해서 미안하구나. 시샘하는 동물들이 나를
보채니 동물을 달래야 하지않겠니.이해해 주려무나
예쁜 옷을 입고 춤을 추고 있는 잉어야
별당아씨를 꼬시지 말거라. 별당아씨는 이미 사랑하는 연인이 있단다. 너의 분수를 알아야 실연의 아픔을 겪지
않는단다. 알았지
오랜만이구나 지네야 정말 반갑다. 너는 어려서 잘 모르겠지만 사람들이 허리가 아플때 너의 부모들이 희생하
면서까지 사람들의 병을 고치는 약이 되었단다. 너도 열심히 자라서 사람들의 허리를 고쳐주려무나.
개들아 아무리 졸려도 집에서 자야지 길 한복판에서 자면 어떻게 하니. 잘못하면 차에 치어 다치거나 죽을 수도
있지 않겠니. 그리고 태평스럽게 아무데서나 자니까 너희들이 " 개팔자 상팔자"라는 사람들로부터 비아냥
소리를 듣는것 이란다. 얼른 일어나 집에가서 자거라.
입으로는 동행한 친구 그리고 농민들과 이야기를 많이 했지만 마음속으로는 5월에 핀 꽃들과 동물들과 이야기
를 많이 했다. 내가 너희들 말을 많이 들어야 했는데,내가 너무 많은 말을 한것 같아 쑥스럽다.
꽃들아 미안다.
자연아 사랑한다.
< 민들레의 씨앗이 벌써 흐트러 지네... >
< 활짝 핀 아까시 꽃에는 꿀벌들이 찾지요 >
< 정열적인 새빨간 장미꽃 >
< 노란 옷을 입은 꽃 >
< 붓꽃 >
< 이름을 모르는 꽃 >
< 짖은 향을 내뿜는 오동나무 꽃 >
< 관상용 양귀비의 아름다운 자태 >
< 목단꽃.... 육목단으로 더 유명하지요 >
< 엉겅퀴의 아름다운 꽃 ..... 가시로 보호하나요 >
< 평사리 들판의 청보리 >
< 감나무밭 >
< 탐스럽게 달린 매실..... 6월초순 부터 수확 >
< 최참판댁 별당 연못의 비단잉어 >
< 지네 ..... 선조들이 허리아플때 지네를 다려 먹었지요 >
< 길가에 누어 오수를 즐기는 견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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