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산

예봉산에서 운길산까지의 종주기

hong-0925 2010. 5. 13. 17:13

예봉산에서  운길산까지의 종주기

 

                                                                                                                                                     홍성필

 

 오늘(5월11일) 날씨가 흐리고 오후 한때 소나기가 지나간다는 예보이다. 기온도 조금 떨어져 등산하기에 좋을 것 같다. 예봉산은 등산했던 사람들의 호평에 나도 가보겠다고 계획하고 있는 산이었다. 51년생 퇴직동기모임에서 지난 4월에 예봉산을 등산했지만, 나는 제주올레길걷기와 일정이 중복되어 부득이 참석하지 못했다. 그래서 오늘 산행은 예봉산으로 정했다.

배낭에 보온병과 커피믹스 3봉지를 넣고, 카메라를 준비하여 집을 나섰다. 용문행 중앙선 열차를 타고 팔당역에서 내렸다. 역구내매점에서 김밥 한줄과 생수 한병을 사서 배낭에 넣었다.

그리고 역전에 있는 예봉산안내지도를 보고 9시 20분에 산행을 시작했다. 팔당2리 표지석을 끼고 돌아 철길밑으로 올라간다. 등산길 초입부터 음식점들이 늘어서 있다.  

 

 

조금더 올라가니 밭에 발효퇴비를 뿌려 냄새가 진동한다. 싫지 않은 냄새다. 내가 어렸을 때 자주 맡던 짭짤하고 구린 냄새다. 금년 날씨가 변덕스러워 농사가 어떻게 될지 걱정이다. 농사가 풍년들어야 민심도 좋고 농민들도 좋을 텐데....

예봉산정상까지 2.3km라는 방향표시목에서부터 본격적인 산행을 시작했다.

 연초록색으로 물드는 5월의 산이 좋다. 깨끗한 연초록잎으로 뒤덮힌 산을 걷다보면 마음이 순화되어  편해진다. 산 초입에는 활엽수의 잎사귀기가 제법 커졌다. 등산객이 앞과 뒤에서 여러명이 올라 간다. 소나무숲길을 한참 올라가니 마음이 더 상쾌해 진다. 내 몸에 엔도올핀이 생성되는가 보다.

 

 

 

 

초반에 빨리 올라가다가 몸이 지쳐 고생한 경험을 살려 지치지 않도록 사진도 찍으면서 천천히 올라갔다. 등산객의 일부가 나를 앞지른다. 젊었을 때 같으면 뒷처지지 않으려고 발길을 재촉했을 텐데...

한 노부부도 이야기를 주고 받으면서 천천히 올라간다. 주제가 건강이다. 예봉산을 올라가면 오래 살것이 란다. 산을 올라간다는 것은 건강하다는 증거다. 몸이 아프면 높은 산을 못 올라 간다는 논리다. 이런 이야기를 들으며,이 노부부를 앞질러 올라갔다.

경사가 완만한 소나무 숲길을 1시간 정도 올라가면 경사가 급해진다.  바윗길을 밧줄에 기대며 올라가는데 괴소나무가 눈에 띈다. 수백년동안 세찬 풍파에 시달리며 자란 흔적이 뭍어 난다. 사람도 인생역경이 얼굴에 나타난다지 않는가.

 

 

 나무계단을 올라 갈 때에는 숨이 차다. 규칙적으로 숨을 쉬며 천천히 한발 한발 올라가다 보면 전망대가 있다. 날씨가 흐려서 멀리는 보이지 않지만 한강과 팔당대교,검단산,하남시가 한눈에 들어온다. 숨을 돌리며 아름다운 풍광을 카메라에 담는다.

 

 

 정상에 가까워지면서 평지와는 달리 겨우 잎사귀가 음트고, 철쭉 꽃봉우리도 아직 웅크리고 있다. 시간이 늦게 갔으면 하는 사람은 높은 산을 올라가서 늦은 절기를 맛보면 좋지 않을까 생각이 든다.

 

 천지가 초록으로 물드는 나무 숲길을 한발 한발 올라가니 1시간40분만에 해발 683m 예봉산 정상에 도달했다. 정상에서 사방을 둘러 보았다. 날씨가 흐려 선명하지는 않지만 동쪽에는 멀리에 운길산이 보인다. 남쪽으로는 한강과 검단산이 조화를 이루며 아름다운 풍광을 연출하고 있다. 서쪽으로는 덕소와 한강이 보인다. 북쪽으로는 높지 않은 철문봉,적갑산의 능선으로 이어져 있다. 정상에 있는 벚꽃은 이제야 만개했다. 그러나 대부분의 나무는 잎사귀가 튀어 나오고 있고, 꽃망울이 지금 올라오는 나무도 있다.

 

 

 정상에서 바로 하산하기는 너무 아쉽다. 등산객들에게 운길산까지 종주하는데 힘드는가, 시간은 얼마나 걸리는가 물어 보았다. 크게 어렵지는 않고, 약 3시간이 소요된다고 한다. 정상에 있는 등산지도판을 보고 철문봉,적갑산,새재고개등 주요등산경로를 메모하고 11시에 다시 산행을 시작했다. 가파른길을 30m쯤 내려가 골짜기에 도달하니 활엽수속에 홀로 위풍당당하게 서있는 아름드리 소나무를 보니 고고해 보인다. 사진 한방 찍지 않을 수 없다.

 

 

 

 다시 한참을 올라가니 해발 630m인 철문봉(喆文峰)이다. 정약용,약전,약종 삼형제가 본가인 여유당(남양주,조안면 능내리)에서 집뒤 능선을 따라 이곳까지 와서 학문(文)의 도를 밝혔다(喆)하여 철문봉이라고 한단다.

조금 걸어가니 패러글라이딩 활공장이 있다. 앞에 나무가 하나도 없이 덕소와 한강변이 눈에 확 들어온다. 패러글라이딩을 해보지는 못했지만 TV속에서 본 것을 접목시켜 내가 패러글라이딩을 하는 상상을 해본다. 멋있고 황홀하다. 활공장옆에는 엉성한 나뭇가지와 텐트로 만든 다선산장이 있다. 이곳에서는 차와 음료,라면을 팔고 있다.

 

 

 

 

 적갑산을 가기위해 발길을 재촉한다. 아름드리 소나무가 곳곳에 있어 나의 마음을 사로 잡는다. 사계절 푸른 소나무는 나에게 마음을 편안하게 해줘 내가 가장 좋아하는 나무이다. 수백년동안 온갖 풍상을 겪는 흔적이 소나무에서 묻어난다. 가지가 썩는 소나무,가지가 꺽인 소나무,줄기가 쓸어진 소나무,고고한 자태를 뽐내는 소나무,독야청청 홀소 서 있는 소나무,군락을 이룬소나무 등등 다양하다.    

                          

 

인생사리도 소나무처럼 다양한 삶을 살아가고 있지 않는가. 어떻게 하면 고고하고 품위있게 살아갈 수 있을까 생각에 잠겨 본다. 또한 서울 근교 산에 이렇게 수백년된 소나무가 많다니 놀랍다. 

 다음은 철쭉군락지에서 나를 반긴다. 철쭉터널을 걷는 기분을 어떻게 표현할까, 꽃을 든 남자가 아니라 꽃속의 남자가 된 기분이다.

 

                          

 

 그뿐인가 내가 지나갈때 벚꽃잎을 뿌리며 환영하고 있다. 길 양옆에는 철쭉꽃,노란 병꽃,하얀 싸리꽃인가 안개꽃인가, 이름모르는 야생화들이 나를 반기고 있으니 기분이 짱이다. 길도 흙길이라 발도 편하단다. 예봉산이 등산객을 끌어 모으는 매력이 여기에 있지 않는가 생각이 든다.

  

 

 

 

 옛날 서당에서 훼초리로 쓰였고 지금은 야구방망이를 만든다는 물푸레나무군락지도 만난다.

이렇게 자연을 감상하고 즐기고 생각하는 사이에 예봉산에서 1.81km를 걸어 해발 560m인 적갑산에 도착했다. 예봉산에서 40여분이 소요되었다.

 

 

다음 목적지인 새재고개를 향해 또 걷는다. 나무숲길로 한참을 걸어가다 보면 소나무쉼터가 나온다.소나무가 길로향해 비스듬이 누어 등산객이 쉴때 그늘을 만들어 준다.다음에는 이 높은 산으로 전기철탑이 지나간다. 한전에 다니는 막내아들 생각이 난다.

 

 

 꽃전문가가 아니라 이름을 모르지만, 여러종류의 야생화가 꽃을 많이 피워 등산객의 눈을 즐겁게 한다. 특히 흰꽃이 여기저기 피어 있다.이들 흰꽃을 보면서 우리들이 이 흰꽃처럼 깨끗하게 살아갔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 본다.

 

 

내가 청춘을 바쳐 일했던 직장이 이 흰꽃처럼 깨끗해져 더욱 발전했으면 하는 바램을 가져 본다. 선거판을 바꾸지 않는 한 깨끗해지기는 어렵겠지만 마리다. 수억원을 뿌리고 당선된 사람이 본전생각이 나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하다.  깨끗해 질수 없지 않는가. 선거제도를 확 바꾸면 모르지만.......

부질없는 생각을 떨치고 다시 자연풍광을 감상하며 새재고개에 12시에 도달하여 안내표시판을 보니 예봉산에서 3.7km걸어 왔고 운길산이 아직도 3.5km나 남았으니 겨우 절반을 종주한 셈이다. 고개를 올랐다 내려갔다를 몇차레 반복하며 걷다가 배가 고파 시계를 보니 12시 30분이다. 산등성의 경치좋은 소나무밑 바위에 걸터 앉아 준비해간 김밥 한줄을 맛있게 먹고 커피한잔으로 입가심을 하니 행복해진다.

 

 

비탈길을 한참 내려가니 골짜기 쉼터가 있다. 운길산이 3.11km 남았다. 고개를 넘고 또 넘다 보니 별생각이 다 난다. 힘들여 올라온 길을 내려갔다 다시 올라 갈려니 은근히 억울한 생각이 든다. 6월2일 선거에서 구름다리를 놓아 편하게 종주할 수 있게 해주는 시장후보에게 표를 던지고 싶어 진다.

 운길산 정상이 가까워 지면서 길이 가파르다. 바위를 오르고 바위와 바위사이의 좁은 공간을 지나기도 한다. 급경사의 나무판 계단을 올라 드디어 해발 610m인 운길산정상에 오후 1시30분에 도착했다.

 

 

 등산객이 여러명이 있다. 여자등산객들이 증명사진 찍느냐고 여념이 없다. 나도 젊은 청년에게 부탁하여 카메라에 얼굴을 박았다. 운길산은 작년 가을에 왔었는데, 그 때와는 다른 느낌이다. 정상의 풍광은 생각보다 빼어나지는 않다고 느껴진다.정상에서 쉬어 갈 수 있도록 나무판으로 쉼터를 시설해 놓았다.

 

올라오면서 숨찼던 가슴을 진정시킨 후 800m정도 떨어져 있는 수종사로 향했다. 내려가는 길이 가파르다. 돌계단으로 잘 되어 있지만 무릅에 무리가 많이 간다. 천천히 조심조심 내려가니 수종사이다. 시간이 2시 10분이다. 연등이 입구부터 즐비하다. 석가탄신일이 얼마 남지 않은 것을 실감할 수 있다.

 

 

소낙비가 지나간다. 부처님이 나에게도 자비를 베푸시는가 보다. 비를 피할 수 있는 절에 오니 소낙비가 내리니 말이다. 비를 피해 한참을 쉬고 나니 비가 그친다. 대웅전,삼신각,종각을 둘러보고 시선을 돌려 남한강과 북한강이 합쳐지는 양수리 쪽을 보았다. 구름때문에 밝지는 않지만 여전히 아름다운 풍광이 펼쳐 진다.

 

 

  다음에는 500년된 은행나무를 감상했다. 나무높이가 35m,나무둘레가 6.5m로 남양주시의 보호수이다. 위풍이 당당하다. 작년가을까지 없던 수종사사적기를 적은 표석이 은행나무 옆에 세워져 있다.

 

 

수종사가 이렇게 유서 깊은 절일 줄은 몰랐다. 대학다닐 때 불교에 관심이 있어 불교잡지 “법륜”을 정기구독한 적이 있다. 지금은 천주교를 믿지만 부처님의 가르침도 따르며 살고 싶다.

 

자비의 부처님,지혜의 부처님,참생명의 부처님,참자유의 부처님,구원의 부처님,바른길을 열어주신 부처님,행복의 부처님,기도의 부처님

우리 중생들을 굽어 살펴 주옵소서

부처님의 미소처럼 나도 항상 웃으며 착하고 선하게 그리고 즐겁게 살도록 인도하여 주옵소서... 찬미 부처님

 부처님 오신날을 기해 온누리에 부처님의 자비가 퍼지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절을 둘러 보고 하산하기 시작했다.

 

 

작년에는 자동차가 다니는 도로로 하산하며, 자동차먼지와 급경사 때문에 힘들었었다. 이번에는 차길이 아닌 자연길 하산로로 내려왔다. 소나무숲길과 오솔길따라 편하게 내려 왔다.

예봉산에서 운길산을 종주한 이번 산행은 80%이상이 숲길로 이루어져 있다. 그늘이 지는 길이 많아서 더운 여름의 산행코스로 아주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운길산역까지는 신작로를 따라 걸어서 도착하니 오후 3시 20분이다. 총 6시간의 산행을 마치고 기차에 몸을 실었다. 이번 산행은 깨끗한 어린 새싹이 뿜어내는 싱그러움과 꽃향기에 취하면서 예봉산에서 운길산까지 종주했다는 성취감에 기분이 상쾌하다. 몸도 피로한 줄을 모르겠다.

 

 

                                                     <  아름다운 꽃 모음 >

 

 

 

 

 

 

 

 

                                                 <   소나무 모음  >

 

 

 

 

 

 

 

 

 

                                                <  500년 된 은행나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