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누라가 팔을 다쳐 기브스를 한지도 2주가 넘었다. 마누라를 대신하여 가정주부의 역할을 하고 있다. 지금까지
우리부부는 집안일에 대해 역할을 구분하여 나는 가정의 밖간일 즉 돈벌고 친족간의 대소사를 맡아서 처리했다.
그리고 마누라는 집안일과 아들 3놈을 키우는 일을 맡아서 했다.
그러다보니 요사이 나는 처음해보는 집안일로 힘든나날을 보내고 있다. 새벽 5시 30분에 일어나 밥을 짓고 반찬을
만들어 막내아들이 아침밥 먹고 출근하도록 하고 있다.
다음은 설거지와 집안청소를 하고 커피 한잔의 여유를 부리고는 집을 나선다. 건강을 지키기 위해 탄천을 1시간
정도 걸어 헬스장으로 간다. 40여분동안 가볍게 운동을 하고 다시 집으로 걸어오면 12시가 가까워 온다.
이식(二食)이 놈이 되고자 마누라를 차에 싣고 외식하러 밖으로 나간다.
마누라가 좋은 가을 날씨에 집안에만 있으니 답답하고 우울증에 걸리겠다고 하는 말을 들은터라 오늘은 바람을
쐴겸 퇴촌으로 갔다. 퇴촌의 유명한 맛집에서 밀면을 먹고 얼굴박물관을 찾았다.
얼굴박물관에는 무엇이 전시되었을까를 상상하면서 인당 입장료 4천원을 내고 들어갔다. 연극연출가인 김정옥
씨가 설립한 사설박물관으로 옛날 사람들이 만든 석인(石人),목각인형,도자기인형,유리인형,얼굴탈,사람의 얼굴을
본딴 와당등을 한자리에 모은 "사람의 공간(空間)"이다. 야외공간에는 한옥과 정원이 조성되어 있다. 문무관석등
여러얼굴모양의 석인들이 전시되어 있다.
우리 부부의 얼굴은 다른 사람들에게 어떤 얼굴로 비춰질까? 화난 얼굴,웃는 얼굴, 잔인한 얼굴,인자한 얼굴,가난에
찌든 얼굴,부티나는 얼굴.......나의 지나온 인생이 반영되어 내얼굴에 반영이 되어 있겠지.
집으로 돌아와서는 빨래하고 다리미질하여 옷장에 정리하고 나면 화분에 물을 준다. 그러고 나면 저녁을
지어야 할 시간이다. 동네 수퍼로 가서 돼지고기와 반찬거리를 사들고 온다. 마누라가 옆에서 시키는 대로 김치찌게를
끓이고 채소를 깨끗이 씻어 반찬을 만든다. 믿반찬으로 멸치도 볶는다.
저녁밥을 해 먹고 설거지하고 후식으로 과일을 깎아 먹고 나면 하루 집안일이 끝난다. 오늘 하루도 마누라의 잔소리
를 들으며 집안일 하느냐고 몸은 힘들지만 즐거운 마음으로 마누라의 역할을 했다.
이제까지 한번도 마누라의 가정일을 도와주지 않은 것에 대해 미안해진다. 왜 일까?
< 퇴촌에 있는 밀면집 >
< 천의 얼굴을 한 석상과 인형들의 모임 " 사람의 공간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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