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 숲길
홍성필
우연한 기회에 지리산 숲길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인터넷검색을 하여 정보를 보니 가고 싶은 충동이 발동되었다. 몇몇 지인에게 같이 가자고 제안했지만 동의해 주는 사람이 없다. 혼자 가기로 하고 10월 19일 동서울 터미널에서 8시20분 백무동행 버스에 몸을 실었다. 3시간 20분정도 지난 11시 40분경에 도착하여 지리산 숲길안내소를 방문하여 전체지도와 구간별 지도를 구하고 숙소등 간단한 설명을 들었다. 우선 인월에서 금계까지의 구간을 걷기로 하였다. 지리산 숲길은 느리게 성찰하고 느끼며 에둘러 가는 수평길이다. 관광지가 아닌 마을과 농로,임도,숲길로 이루어져 있단다.
인월의 출발점은 냇물 다리를 건느며 왼쪽 뚝방길에서 시작한다. 다리를 건느기전에 있는 유명한 어죽집에서 점심으로 어탕을 먹었다. 처음 먹어본 음식인데 맛이 아주 좋았다.
오후 1시경부터 걷기 시작하였다. 얼마만에 걷는 뚝방길이던가. 초등학교부터 고교까지 12년을 뚝방길을 걸어서 학교에 다녔다. 뚝방길에 얽힌 아름다운 옛추억을 떠올리면서 걷는다. 뚝방길을 지나면 중군마을이 나온다. 중군마을에서 감나무,한봉통,돌담 등 지리산의 정감을 느낄 수 있다. 산길로 접어들어 한참을 오르고 내리면서 걸어가면 황매암이 나온다. 아담한 암자로 단청을 하지 안은 대웅전과 석천이라는 우물이 있다. 마른 목을 석천수로 축이고 산길을 천천히 걷는다. 숲속에서 내뿜는 산소를 훔뻑 마시며 걷다 보면 도로가 나온다. 도로를 따라 계속 산속으로 가다가 길을 잃었다. 당황해서 다시 온길을 내려 가다가 산속 외딴집에서 곶감용 감을 깍는 부부에게 길을 물으니 너무 올라 왔단다. 길표시를 찾기위해 정신을 차리고 내려오다가 길옆에 조그만 길표시를 보고, 이것을 못보고 지나쳐 고생한 생각에 어처구니 없기도 하고 반갑기도 했다. 골짜기에 수성대가 있다. 골짜기에서 흐르는 물을 동네의 식수로 사용하며, 비가 많이 오면 물이 넘쳐 건널 수 없단다. 수성대를 지나 산길을 꼬불꼬불 걸어올라 가면 배넘이재가 나온다. 배넘이재는 운봉이 호수일 때 배가 넘나들었다는 전설이 있다. 배넘이재는 운봉의 배마을, 배를 묶어 두었다는 고리봉과 함께 연결되는 지리산 깊은 산속에 있는 배와 관계된 지명이다. 이고개를 넘어 단풍과 소나무숲이 우거진 산길을 걷다보면 홀로 위풍당당히 우뚝 서 있는 소나무가 눈에 들어온다. 수령이 400년이고 수고 18m,나무둘레 2.8m인 소나무이다.
이소나무는 지금도 장항마을이 당산제를 지내는 신성한 공간이고, 보호수로 지정되어 있다. 조금 더 내려가면 장항 쉼터가 있다. 막걸리로 목을 축일 수 있다. 장항마을을 들어 가지 않고 아스팔트길을 건너 산 위로 올라 갔다. 가다보면 매동마을이 나온다. 매동마을은 마을 형국이 매화꽃을 닮은 명당이란다. 마을 뒤에는 소나무로 병풍처럼 두르고 앞으로는 만수천이 흐르며 뛰어난 풍광을 자랑하고 있다. 산내면의 대표적인 생태농촌 시범마을로 지정돼 전통과 개발이라는 새로운 변화를 꾀하고 있는 마을이다. 앞으로 걸어 갈 상황마을의 다랑논이 한눈에 들어오고 지리산 주능선이 보인다.
마을을 둘러 보고 등구재를 향해 10리정도를 장항마을,중황마을 상황마을의 맞은 편 산중턱의 산길과 농로를 걷는다. 멀리 있는 지리산 주봉과 가까이에 있는 다랑논,감나무,가을꽃,늙은호박,갈대숲,노을과 뭉개구름이 어루워져 장관을 이루고 있다. 참 멋진 여행이다.
해가 서산으로 지기 전에 숙소를 전화로 예약했다. 중황마을에 있는 민박집이다. 예쁘게 2층양옥으로 지은 집이며, 집주인은 외지에서 밥장사를 하다가 최근에 이곳에 정착하였단다. 2층방에 여장을 풀고, 사워를 했다.몸이 깨온하다. 저녁을 먹으라고 내려오란다. 나와 앞서거니 뒤서거니 숲길을 걷던 2명의 여인도 같이 식사를 했다. 집주인 아주머니는 건설현장에서 밥집을 경영한 경험을 살려서 그런지 반찬이 모두 맛 있다. 특히 김치찌개와 백김치의 맛이 일품이었다. TV를 조금 시청하다가 일찍 잠이 들렀다. 다음날 아침에는 호박잎된장국이 나와 맛있게 먹었다. 숙박비 30,000원과 2끼 식대 10,000원 총 30,000원을 지불하고 다음여정을 시작한다. 주인아주머니가 가다가 목마를 때 먹으라고 직접 만들었다는 포도즙을 주신다. 고맙게 받아 배낭에 넣고 등구재로 발을 내 딧는다. 상황마을의 다랑논의 축대를 보면서 옛날 농부의 논에 대한 가치가 어떻 했길래 저렇게 무거운 돌로 축대를 쌓아 논을 만들었을까 생각에 잠겨 본다. 조상들의 피땀어린 고생이 있었기에 이시대의 우리가 쌀 걱정없이 사는구나하는 생각에 머리가 숙여진다. 농로길을 걸으면 등구령쉼터가 있다. 이곳에는 음료수,막걸리,간단한 먹을거리를 준비하고 나그네의 발길을 붙잡는다. 이른 아침이라 문을 열지 않아서 그냥 지나치는 것이 아쉽다. 거북이 등을 닮았다는 등구령은 경남 창원마을과 전북상황마을의 경계이다. 창원마을 사람들이 인월장을 보러가고,새색시가 꽃가마타고 넘나 들던 길이란다. 곡식을 이고 지고 산길 논뚝길 밭뚝길을 왕복 약 30km나 걸어서 시장을 보았을 옛날 사람들을 생각하니 마음이 찡해 온다. 산길과 농로길을 걸어 내려 오면 창원마을이다. 조선시대 마천면내의 각종 세금으로 거둔 물품들을 보관한 창고가 있었다는 유래에서 ‘창말(창고 마을)’이었다가 이웃 원정마을과 합쳐져 현재 창원이 되었다. 다랑이 논과 장작 담, 마을 골목, 집집마다 호두나무와 감나무가 줄지어 있다.
농로길과 산길을 걷다가 길에서 콩타작을 하는 농부를 마나서 이야기를 나누었다. 내가 가지고 간 양갱을 드리니 호두 2개를 내 손에 쥐어 준다. 농촌의 민심이 참 좋다.70세가 넘은 자기들은 1년에 한번씩 천왕봉을 올라 간단다. 당일에 올라갔다가 내려 온단다. 나는 아직 올라가 보지 못한 천왕봉을 늙기전에 올라가야 겠다는 생각을 갖게 한다.농부와 작병인사를 하고 또 걷기 시작하니 금세 오늘의 목적지인 금계마을이 눈에 들어 온다. 금계마을 초입에 있는 카페에서 지리산을 바라보면 가까이에는 칠선계곡, 멀리보면 왼쪽부터 두리봉,하봉,중봉,천왕봉,제석봉의 아름다운 풍광이 한눈에 들어 온다. 드디어 금계(金鷄)마을에 도착했다. 19km을 쉬며,느끼며 즐겁게 걸었다. 마을 이름이 원래는‘노디목’이었다. 노디는 징검다리라는 이 지방 사투리로 칠선계곡에 있는 마을(추성, 의중, 의탄, 의평)사람들이 엄천강 징검다리(노디)를 건너는 물목마을에서 유래했다고 한다. 산촌사람들의 정을 징검징검 날랐을 노디가 세월에 씻겨 나가고 지금은 그 위에 의탄교가 들어서 있다.
< 다음은 지리산 숲길 인월-금계구간의 사진모음 >
< 인월 출발지점인 뚝방길 >
< 중군마을의 감나무와 한봉꿀통 >
< 홍매암의 대웅전 >
< 지리산 자락의 산길 >
< 장항마을의 당상 소나무 >
< 상황마을 언덕에서 본 노을 직전의 풍광 >
< 등구재앞에서 본 상황 마을의 다랑논 전경 >
< 상황마을 언덕에서 바라본 상황,중황,장황 마을의 전경 >
< 논을 만들기 위해 쌓은 축대 >
<등구재에서 바라본 창원마을 전경 >
< 상황마을을 지나 조그만 언덕의 아름다운 풍광 >
< 소나무 숲길 >
< 콩타작을 하는 농부 >
< 금계마을 초입 카페에서 바라본 지리산 주봉 : 왼쪽부터 두리봉,하봉,중봉,천왕봉,제석봉 >
< 돌담밑에 핀 꽃 >
< 늙은 호박 >
< 주렁 주렁 매달인 감 >
< 숲길의 길안내 표지목 >
< 금계마을의 창시기념비와 물레방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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