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14일 아침에 옅은 안개가 끼어 있다. 오늘은 특별히 마누라와 같이 걷기로 했다. 아침밥 짓는다, 설거지한다, 청소한다, 얼굴 화장한다는 구실로 시간을 잡아먹는다. 나는 일찍 가서 한 코스라도 더 걷고 싶은데 말이다. 그래도 오랜만에 같이 가는 사람한테 무엇이라고 할 수 도 없고 꾹 참고 있으니 준비가 되었단다.
오전 9시에 집을 나서 버스를 한번 갈아타고 광릉에 도착하니 10시 45분이다. 김밥 2줄과 물 2통을 사고 걷기 시작했다. 지난번에 4코스종점인 정릉주차장까지 걸었으니 오늘은 그곳에서 5코스인 명상의 길인 형제봉입구까지 2.4km를 걷기 시작했다. 북한산탐방안내소를 지나 조그만 올라가면 왼쪽방향으로 틀어 산으로 올라간다. 산 초입부터 경사가 급하고,나무계단을 올라가니 바로 숨이 차고, 등에서 땀이 베이기 시작한다. 어느 정도 올라가니 숲이 덮혀 있는 오솔길을 걸으며 시내를 구경하면서 천천히 걸었다.
북한산 하늘길과 둘레길이 만나는 갈림길에서 둘레길을 따라 돌계단을 내려가면 큰 바위가 눈에 띈다. 절 아래에 있는 큰 바위에는 나무미륵대불이라고 새겨져 있다. 무슨 뜻인가?
조금 더 내려가니 아스팔트길이다. 처음 와보는 도로이다. 완만하게 오르막인 도로를 걸어 모퉁이를 돌아가니 말로만 듣던 평창동이 눈에 들어온다. 삼각산 연화정사로 들어가서 평창동의 전경을 보니 유럽여행할 때 보았던 제네바의 풍광과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비스듬한 비탈에 큰 저택과 정원이 북한산의 봉우리들과 어우러져 정말 멋지다. 한국의 부촌임을 한눈에 알아 볼 수 있다. 북한산과 마을을 구분하는 아스팔트길을 따라 걸으며 다양한 건축양식의 고급주택을 보면서 얼마을 걸었을까....... 4~5km는 족히 걸었을 것이다.
아스팔트길을 너무 걸어서 발이 아파지려고 하니 오른쪽 산쪽으로 방향을 튼다. 급경사의 시멘트길을 올라가는 중에 혜광사 그리고 더 올라가니 청연사가 있다. 청연사가기 직전에 “개인화장실이니 이용을 자제하기바랍니다” 는 간판을 보니 아무리 불편에도 절에서 저런 간판을 달다니..... 화장실을 개방하는 것도 중생에게 보시하는 것이 아닌가? 북한산 둘레길에 화장실이 거의 없는데, 빨리 화장실을 늘려야 할 것이다. 소나무숲의 흙길길을 한참 올라기면 사지능선에 다다른다. 사지능선의 전망대에 서면 북한산의 봉우리들이 한눈에 들어 온다. 왼쪽으로부터 족두리봉, 향로봉, 비봉, 사모바위, 승가봉이 아름답게 다가온다. 오늘은 박무가 끼어 있어 눈으로는 뚜렷하게 보이지만, 사진에는 희미하게 나올 것 같다. 눈이 보배라는 것을 느끼며, 창조주에 감사드린다.
바위길과 흙길,소나무숲길을 걸어가다 보면 옛성길인 탕춘대성의 돌문을 지난다. 소나무 흙길을 한참동안 오르락 내리락 걸어가면 쉼터가 있다. 원두막,평상,나무의자들이 설치되어 둘레꾼이 쉬어 갈 수 있도록 했다. 쉼터길옆에는 이혜인 수녀시인의 “산을 보며”라는 시간판이 있다. 시를 소리내어 낭송해 본다.
늘 그렇게
고요하고 든든한
푸픈힘으로 나을 지켜주십시오
기쁠때나 슬플 때
나의 삶이 메마르고
참을성이 부족할 때
오해받은 일이 억울하여
누구를 용서할 수 없을 때
나는 창을 열고
당신에게 도움을 청합니다.
이름만 불러도 희망이 생기고
바라만 보아도 위로가 되는 산
그 푸른 침묵 속에
기도로 열리는 오늘입니다.
다시 사랑할 힘을 주십시오
쉼터 주변에는 산사나무의 붉은 열매가 주렁주렁 달려 있고, 또 한 나무에는 보라색의 작은 열매가 다닥다닥 달려 있다. 올레꾼에게 좋은 볼거리다.
쉬었으니 발걸음이 훨씬 가볍다. 소나무 사이로 걸어가는 둘레길이 편안하다고 생각하며 걸어 가는데, 길옆 바위에 앉은 까치가 사람이 지나가도 도망갈 줄을 모른다. 그냥지나칠 수가 없는 나는 사진 한 장 찰칵
걷다보니 서울시가 선정한 우수조망명소가 있다. 전망대에 서니 지나온 사지능선에서보다는 시야가 넓고 보는 각도가 달라 새롭게 다가온다. 왼쪽으로부터 족두리봉, 향로봉, 비봉,사모바위,승가봉,나월봉,나한봉,문수봉,보현봉이 보인다. 새삼스럽게 북한산이 명산중에 명산이라는 생각이 든다. 한참동안을 멍하니 처다 보았다.
다시 내리막길을 걸으며 앞을 보니 바로 눈앞에 족두리봉이 시야에 들어 온다. 소나무사이로 흙길을 내려 오니 산불초소가 나오고 더 내려가니 장미공원이다.
버스가 다니는 아스팔트길이 나왔다. 또 버스로 한정거장 가면 불광역이다. 오랜만에 동행한 마누라에게 무리가 않아야 다음에 둘레길 가자고 할 수 있을 것 같다.오후 3시이니 4시간이상을 걸었다. 다음을 기약하고 집으로 고고...... 기분이 좋다.
< 정릉 버스정류장의 앞에 있는 5코스 명상길의 출발점 >
< 산으로 들어 가는 초입의 급경사길 >
< 돌계단을 내려가면 큰 바위와 절이 나오고... >
< 연화정사 안마당에서 바라본 평창동 저택단지풍광 >
< 동화에 나오는 집같은 저택 >
< 평창마을 올레길의 저택 담과 길 >
< 청연사의 아기자기한 배치 >
< 소나무 숲길을 올라가니 힘이 않들고 상쾌하네요 >
< 둘레길 사지능선의 전망대에서 본 북한산 봉우리들 >
< 바위와 소나무의 조화로운 길을 걸으면........ 멋 >
< 소나무 숲 흙길을 걸으니 얼마나 좋을 꼬 >
<역사의현장 : 탕춘대성 옛길 >
< 쉼터 근처에 보라색 열매가 주렁주렁 달린 나무는 ? >
< 산능선의 흙길을 걸어가는 마누라 >
< 둘레길옆 바위에 앉아 나를 반기는 까치 >
< 서울시선정 우수조망명소에서 바라본 북한산 봉우리들 >
< 둘레길 정면에 나타나는 족두리봉 >
< 산불감시초소 앞의 쉼터 >
< 소나무 숲을 걸어가는 올레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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