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이 높아지고 기온도 많이 떨어져 야외활동하기에 좋은 계절 가을이 성큼 다가왔다. 10월 3일 새벽에 일어나 1달 전에 예약한 6시55분 kal 비행기를 타고 제주로 향했다. 당초 이번 여행에서는 제주올레 15~16코스와 추자올레인 18-1코스를 걷고 한라산을 등산하는 것으로 제주올레여행을 마무리를 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8시경 제주공항에 도착하여 제주항으로 전화하여 추자행 배가 출항할 수 있는지 확인하니 출항한다고 한다. 서둘러 택시를 타고 제주항에 도착하여 추자 올레지기에게 전화하여 숙박할 수 있는지 문의하니 걱정하지 말고 오란다.
아직 시간이 일러 표를 팔지 않아서 2층 식당에서 아침식사를 하고 있는데 올레지기님의 전화가 왔다. 내일 풍랑주의보가 내려질 예정이니 잘 알아보고 들어오란다. 2002년 울릉도 여행에서 1박2일 일정으로 섬에 들어갔다가 풍랑으로 7일 동안 갇혀 있다온 경험이 있다.
그래서 서울에서 사전에 인터넷으로 날씨검색을 해 보았을 때에는 파도가 잔잔할 것으로 나와 있었다. 이게 왠 일인가? 매표직원에 내일 배가 뜨느냐고 물어 보니 기상특보인 풍랑주의보 때문에 배가 뜨지 않을 수 있다고 한다.
풍랑주의보 때문에 일정을 조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서운한 마음을 가라 앉히고 시외버스터미날로 가서 버스를 타고 지난번에 다리가 아파서 중단했던 14코스의 협재해수욕장으로 갔다. 협재해수욕장은 지난 6월에 보았던 풍광 그대로이다. 애매랄드빛의 맑은 물과 깨끗한 모래와 완만한 경사 그리고 해수욕장 바로 앞에 있는 비양도와 어우러져 풍광 또한 빼어나 관광객이 끊이지 않고 찾아오고 있다. 관광객들은 이런풍광을 보고 감탄사를 연발하며 즐겁고 행복해 한다. 나도 같이 좋아진다.
벌써 10시이다. 올레길을 걷기 시작했다. 옹포리 해안길과 마을길을 약 5km정도 걷다보면 한림항이다. 지난번 올레길에서 이 5km거리를 걷지 못해 14코스를 완주하지 못한 것이다. 얼마나 힘들었으면 포기했겠는가? 그때의 생각이 난다. 이번에는 무리하지 않겠다고 다짐해 본다.
한림항에 들어서니 여기저기에서 그물에서 조기를 따내고 또 한쪽에서는 조기를 상자에 담고 또 한쪽에서는 그물을 손질하느라고 분주하다. 이 어부들 중에는 피부색이 다른 외국인들도 자주 눈에 뛴다. 열심히 일하는 사람들 보기가 민망하여 발걸음을 재촉하여 수협위판장으로 들어갔다. 이곳도 조기를 선별하여 상자에 담아 가지런히 배열하는 작업이 한창이었다. 경매를 기다리고 있는 조기를 보니 조금 전 작업을 하던 어부의 검고 깊게 주름진 얼굴이 떠올라 좋은 가격으로 팔려나가길 바래본다. 항구를 조금 걸어가면 비양도매표소나오는데 이곳이 14코스종점이며 15코스 출발점이다.
< 15코스는 제주 농촌과 바다를 함께 느끼는 곳 >
15코스는 한림항에서 고내포구까지 19km이며 이번 올레길의 본격적인 시작점이다. 시멘트길로 포장된 해안길을 걸어 평수포구를 지나면 제주도 북서부 중산간지역 즉 농촌지역으로 접어든다. 대림리 동네길을 지나면 농로길이 나온다. 길 양옆에는 밭으로 브로컬리 재배면적이 가장 많다. 모종을 이식한지 얼마 되지 않는 어린모가 정열을 지어 자라고 있다.
또한 여기 저기에 비닐하우스가 눈에 띈다. 하우스재배작목은 배추에서 부터 파.키위,감귤,알로애,망고등열대과일체소등 재배작목이 매우 다양하다. 제주농업은 육지농업의 틈새를 이용하는 농업으로 우리나라 농업에서 매우 중요하다. 특히,감자,마늘,양파,당근,무,감귤등은 제주농업인의 주 소득원이다. 수원리 마을회관앞에는 공적비가 나란히 서 있다. 제주 어느 곳에서나 볼 수 있는 광경이다. 키위재배하우스도 들어가 보고, 영새성물의 연꽃도 감상하고, 귀덕농로를 걸으며 수많은 농작물이 자라는 모습을 보았다. 참 신기한 것은 자갈이 반 흙이 반인 척박한 밭에서 잘 자라는 브로컬리를 보면서 신기한 생각이 들었다.
마을길과 농로길이 아스팔트길이거나 시멘트길이라 발이 아파 오고 준비해간 물도 떨어저 가는 데 길옆에 선운정사란 절이 있다. 절에 들어가 물을 얻으며 얼마를 더 가면 식당이 있느냐고 보살님께 물어보니 보살님께서 위에 올라가 부처님께 절하고 오면 밥상을 차려 논다고 하신다.
고맙기도 하고 배도 고프고 해서 법당으로 올라가 부처님 전에 차려진 것을 보니 바로 전에 천도재를 지냈는가 보다. 법당을 구경하고 내려가니 밥상이 차려져 있다. 나물반찬에 동태찌게까지 있다. 밥을 맛있게 먹고 커피까지 마시고 물도 병에 가득 채워서 절을 나서며 보살님께 진심으로 고맙다는 인사를 드리고 다시 올레길에 올랐다.
먼 곳을 보니 시야에 남자 2사람이 걷고 있다. 동행하고 싶은 마음에 걸음을 재촉하여 버들못농로에서 서로 인사를 나누고 정담을 나누며 납읍리까지 같이 걸었다. 나이 먹은 사람이 혼자 걷고 있으니 이상했는가 보다.
왜 사모님과 같이 오지 그랬냐? 올레길은 얼마나 걸었느냐? 등등.
동행한 올레꾼은 집은 육지이고 제주발령이 나서 근무하는 공무원이란다. 혼자 와있기 때문에 공휴일에는 직장동료와 자주 제주올레길을 걷는다고 한다. 자기들도 은퇴가 얼마 남지 않았단다. 은퇴후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을 토로하며 선배은퇴자의 경험담을 듣고 싶어 했다. 2년도 안된 나의 경험담과 은퇴 후의 생활에 대해 내 나름의 인생 제2막에 대해 말해주니 긍정을 하며 앞으로 많은 도움이 될 것 같다고 좋아한다.
난대림이 우거진 납읍숲길로 조금 올라가니 납읍리포제단이 나온다. 납읍리는 전통적인 유림촌이고 매년 음력 정월 초정일에 포제를 지낸다고 한다. 포제도 전통적인 유교적 제법으로 행하는데, 포신지위, 토신지위 그리고 서신지위를 모신다. 포신는 인물재해, 토신은 마을의 수호신, 서신은 홍역, 마마 신을 의미하는 신위이다.
다음으로 찾아간 곳은 금산공원이다. 난대우림이 우거진 숲 사이로 나무계단을 설치하여 산책하기 좋게 되어 있고 앉을 자리도 마련되어 있다. 일행과 같이 잠시 쉬면서 맑은 공기도 듬뿍 마시고 내려와서 그들은 점심을 하지 않아서 납읍리 식당근처에서 헤어졌다.
다시 나 홀로 올레걷기가 시작되었다. 올레길을 따라 걸으면 백일홍길이 나온다. 이곳은 묘 주변에 백일홍을 심는 풍습이 있는 모양이다. 묘지 둘레에 백일홍이 많이 눈에 뛴다. 이 길을 지나면 과오름들레길을 돌아 도새기숲길로 접어든다. 도새기숲길은 난대림이 우거진 숲 사이로 난 오솔길이다. 딱따구리가 나무를 쪼는 모습을 보며 소리를 듣는 즐거움도 맛보았다. 또한 소나무를 타고 올라가는 넝쿨나무와 뒤엉킨 나무들 사이로 걸어가면 어느 열대원시림을 찾은 기분이 든다.
다시 농로를 걸으며 알로에농장도 들어가 보고, 감귤밭도 들어가 보고 또 걷고 하다 보니 고내봉입구이다. 산을 돌아서 올라가는 중간에 있는 체육시설에서 지역주민들이 운동을 하고 계신다. 인사를 하고 땀 흘리며 표고175m인 정상에 올라가니 평평하고 나무의자가 세워져 있다. 그러나 나무들에 가리어 주변의 풍광을 볼 수 없으니 아쉬웠다.
산을 내려오니 하르방당이 나온다. 이곳은 도자기 소품을 생산하는 도공과 판화가 두 분이 작품을 만들고 전시하고 판매하는 곳이다. 쉼터도 운영하며 음료를 무인판매를 하고 있다. 나는 잠시 쉬면서 목도 추기고 예쁜 도자기소품도 감상했다. 올레꾼에게 좋은 쉼터가 될 듯하다.
고내촌을 지나 하기리 갈림길 그리고 고대교차로를 지나는 길이 정말 힘들다. 15코스는 마을길과 농로길이 대부분인데, 이길이 아스팔트길이 아니면 시멘트길이다 보니 평지길이라도 발에 충격이 와서 매우 아프다. 그러나 여기저기서 내려다보는 아름다운바다와 농촌마을의 풍광 그리고 농산물이 자라는 모습, 새, 야생화, 푸른하늘과 가을의 뭉개구름을 보면서 느끼는 행복에 아픔을 참으며 한발 한발 앞으로 걸어 나가다 보니 벌써19km를 걸었나보다.15코스 종점인 고내포구이다.
고내포구에는 멋있는 카페도 있고 바다와 맞다은 곳에 우주물이란 샘도 있다. 10월인데도 수영을 하며 공을 가지고 노는 아이들이도 보인다.
< 16코스는 해안길, 농로, 숲길을 두루 걷는 곳 >
16코스는 고내포구에서 광령1리사무소까지 17.8km이다. 16코스은 해안길로 시작되는데, 해송사이의 잔디오솔길도 걷고 바다와 맞다은 해안길도 걷고 해안도로를 걸으며 쪽빛바다와 해송 그리고 마을과 펜션들이 어우러져 멋진 풍광을 연출하고 있다.
해안단애산책로에는 봉수와 같이 적의 침입이나 위급한 일이 있을 때 빠르게 연락을 취하기 위한 통신망의 하나인 남두연대가 자리 잡고 있고 제주의 전통등대인 신암도댓불도 자리하고 있다.
점차 날이 저물어가니 숙박해야 곳을 찾아보니 이 근처에는 가격이 비싼 콘도와 펜션만 즐비하고 가격이 싼 민박집이나 게스트하우스는 보이지 않는다. 지역민에게 물어봐도 게스트하우스가 어디 있는지 모른다. 어떻게 할까 고민하면서 걸어가는데 자동차를 개조해 원두커피와 라면등을 파는 밀라노의 아침이라는 가게가 있다. 이 근처에는 게스트하우스가 없고 걸어서 20분 정도 가서 버스타고 곽지리에서 내리면 정글게스트하우스가 있단다.
사장의 말을 따라 정글하우스에 가서 1박에 15,000원하는 도미토리방을 정하고, 인근 식당에서 저녁을 간단히 해결했다. 장기투숙중인 40대의 남성 올레꾼과 30대의 여성올레꾼이 투숙중이다. 이들은 해외베낭여행도 여러 번한 여행전문가들이었다. 이들로부터 해외베낭여행의 경험담을 들으니 11월에 내가 갈려고 하는 말레지아 베낭여행에 큰 도움이 될 것 같다. 제주올레에 대한 의견교환과 내가 걸을 16코스와 17코스에 대한 사전정보도 얻은 유익한 대화였다.
다음날 아침 일찍 어제 중단한 해안단애산책로로 가서 밀라노의 아침이라는 가게에서 모닝커피 한잔하려니 아직 문을 열지 않았다.
어제 사장님의 친절한 안내에 보답할 길이 없다. 할 수없이 해안 소나무 숲길을 따라 걸으며 아침햇살과 소나무, 야생화 그리고 바다를 번갈아 보면서 즐거운 마음으로 걸었다.
해안도로를 따라 내려가니 예쁘게 지은 이경규의 하얀집이라는 회식당이 있다. 아침식사됩니다는 입간판을 보고 들어갔다. 10,000원을 주고 성게미역국을 먹고 코미디언 이경규이냐고 물어보니 그렇단다. 1층은 이경규친구가 운영하고 2층 돈치킨는 이경규가 경영하는 돈치킨의 제주지점이란다. 벽에는 유명인사의 방문기념코멘트쪽지가 걸려 있어 읽다가 눈에 띄는 내용이 있다. 바람 같은 마음으로 바람을 마시며 즐거운 시간되었습니다.유재남시인.
하얀집 야외정자에 앉자서 커피를 마시며 앞바다풍광을 바라보았다. 풍랑주의보가 내려진 바다의 파도는 엄청난 위력을 발휘한다. 파도가 해안길까지 치솟아 오른다. 용암이 흘러내려 만들어진 기암기석 사이로 파도치며 산산이 부서지는 물안개가 올레꾼의 마음을 설레게 한다.
해안도로를 걸으며 힘차게 치솟는 파도와 기암기석, 짖은 뭉게구름, 야생화의 아름다움을 보다보니 구암리돌염전이 나온다. 평평한 갯바위에 염전을 만들어 소금을 만들 던 곳이다. 선조의 지혜가 돋보인다.
해안길을 뒤로하고 내륙으로 방향을 튼다. 농로를 걸으며 누렇게 잘 자란 밭벼도 보고, 고구마밭도 보고, 밭의 돌담을 타고 올라가는 수세미꽃과 열매도 보고, 마늘 싻이 트는 모습도 보고, 제주의 가을 농촌 들녁과 마을을 걷다 보니 수산봉이 보인다.
수산봉은 높이122m의 높지 않은 오름으로 둘레길을 걷다보면 전몰군경이 안장된 국군묘지의 충혼답이 나온다. 고개숙여 묵념을 하고 둘레길을 걸으면 제주에서 보기 어려운 비교적 큰 저수지가 나온다. 수산리 저수지 옆에는 커다란 소나무 한그루가 있다. 높이10m 둘레4m 의 400년된 거목이다. 눈에 덮히면 마치 백곰이 저수지물을 마시는 모습처럼 보인다고 하여 곰솔이라고도 한단다.
산사의 풍광을 감상하고 수산리 저수지 뚝길로 올라가서 잔디를 걸으니 오랜만에 발이 호강을 한다. 둑방길에서 바라본 바다와 저수지호수의 풍광을 즐기는 맛 또한 일품이다.
다시 내륙쪽으로 방향을 틀어 올라가면 감귤밭이 펼쳐지기도 하고 스쿠터를 타고 밭에 와서 브로컬리밭에서 김을 매는 할머니의 모습도 보인다.
길옆에는 고추가 고사하여 황금색을 띄고 있는 것을 보니 농부의 마음이 얼마나 아플까하는 마음에 가슴이 찡해 온다. 피복도 하고 햇빛으로 감귤을 잘 익게 하기위해 흰비닐로 뒤덮은 감귤밭도 보면서 걸었다. 제주 감귤밭의 전형적인 섬나무 울타리를 지나고 잡풀이 피운 아름다운 꽃, 집 돌담밖으로 나온 동백나무의 익어가는 열매도 보면서 걸었다.
예원동의 팽나무정자에 앉아 쉬기도 하고 녹색체험마을의 아스팔트 숲길을 따라 지나고, 다 익어 가는 콩밭도 지나서 항몽유적지에 도착했다.
이곳은 13세기 말엽 몽골의 침략에 맞서 끝가지 항거한 삼벌초군이 마지막 보루였던 항파두성이다. 입장료 500원을 내고 항몽순의비와 항몽유적전시장을 둘러보고 나왔다. 휴게소에 들러서 병에 물을 보충하고 자판기커피를 빼서 마시니 많이 걸어서 그런지 참 맛있다.
처음보는 아왜나무의 붉은 열매, 나무의 붉은 털 꽃도 보고 사진찰영지의 코스모스길도 걸었다. 감귤밭모퉁이에 있는 묘지에서 노니는 암닭과 병아리를 보면서 어린 시절 내가 살던 농촌풍광이 머리를 스쳐지나간다.
가을 억새가 바람에 춤추듯 휘날리고, 순식간에 먹구름이 몰려오더니 소낙비를 퍼붓는다. 나무밑에서 소낙비를 피하고 유적지 발굴예정지의 오솔길을 지나니 골목길 쉼터이다. 쉼터에서 베낭을 내려 놓고 쉬고 있는데, 반대편에서 올래꾼 부부가 걸어 온다. 이들 부부는 작년에도 제주에 2달 동안 거주하며 올레길도 걷고 한라산도 올라가고 관광여행도 했다고 한다. 이런 저런 애기하다보니 내가 잘 아는 사람과 친한 사이였다. 금융기관에서 근무하다 작년에 퇴임하고 부부가 여행을 즐긴다고 한다.
들꽃을 감상하며 걷고 있는데 말 울음소리가 들여 눈을 돌려 보니 말3마리가 나를 향해 뛰어 온다. 말도 사람이 그리운가 보다. 사람이나 동물이나 외로움은 견디기 힘든 모양이다.
농로과 아스팔트길을 따라가니 광령초등학교가 나오고 종점인 광령리사무소가 나왔다. 12시가 지났으므로 식당에 들어가 5,000원하는 김치찌게로 점심을 했다. 16코스도 아스팔트길과 시멘트길이 너무 많아 발이 너무 아프다. 그나마 바다와 들녘과 오름과 숲이 있어 걸을 수 있었다.
< 17코스는 제주시를 관통하는 길 >
다음은 17코스인 광령리사무소에서 제주시 동문시장옆 산지천마당까지 18.4km를 걸을 차례이다. 노루몰방향으로 아스팔트길을 걸어가서 새마을도로인 편도 3차선도로를 따라 북쪽으로 걸으면 무수천다리가 나온다. 다리위에서 보는 무수천은 계곡이 깊고 기암기석이 많아 주변 나무와 어우러져 아름답다. 도로를 조금 지나 왼쪽 동네로 들어가는 숲길로 접어든다. 숲길에서 나무를 자르는 노부부를 만나서 인사도 하고 제주에 대해 여러 이야기를 나누었다. 근면하고 검소하게 살아가는 노부부였다. 제주도는 여자가 경제권을 쥐고 있어 다들 부유하게 산다고 한다. 남자가 경제권을 쥐면 술을 마실 때 10만원 또는 그 이상을 쓰지만, 부인이 경제권을 쥐니 1만원타가지고 친구들 만나서 막걸리를 마시고 돌아온단다. 앞으로 앞으로 걷고 있는데 무수천변에서 처녀 올레꾼이 쉬고 있다.
나에게 인사를 한다. 반가워서 어디로 가느냐고 물어보니 나의 반대편에서 왔단다. 길에 대한 정보와 숙소에 대한 정보를 얻고 있는데, 또 갑자기 소나기가 내린다. 소나기를 다리밑에서 피하고 각자 걷기 시작했다.
동네길을 지나는데 소나무 몇 그루가 누렇게 죽어가고 있다. 무슨 병에 걸렸는지 빨리 치료를 해야 할 것 같다. 4차선도로와 다리를 건으고, 전신주에 앉아있는 제비와 눈인사도 나누고, 제주시내가 가까워졌는지 아파트를 바라보며 걷기도 하고, 상수원지를 지나니 월대가 나온다.
월대는 500년된 팽나무와 해송이 외도천의 양 뚝방에 울창한 숲을 이루고 새들의 소리가 요란하다. 외도천에는 바닷물과 민물이 만나는 곳으로 뱀장어와 은어가 많이 서식한단다. 나무의자에 앉아서 새소리를 들으며 쉬고 나서 발길을 돌렸다. 삼별초가 제주에 주둔할 때 보급창이었던 조공포터도 지나고 중국의 등축제를 벌였던 이호태우해변을 지나 마을길로 접어 들었다.
아름다운 분꽃도 보고, 야자수열매도 보면서 도두추억애거리를 걸었다. 어린이들이 전통노리를 하는 인형들이 세워져 있고 길 건너편에는 음식점들이 늘어서 있다. 이 길을 지나 마을길을 걸어가니 도두항이다. 멋스럽게 만든 고가다리를 건너 도두봉향했다.
나무계단도 오르고 잔디길도 걸어 올라가니 제주공항이 한눈에 드러온다. 중국관광객의 한 무리가 시끄럽게 떠들며 올라와서 사진을 찍느냐고 여념이 없다. 나도 발도 아프고 해서 한참을 쉬면서 항공기가 뜨는 광경, 제주시와 제주공항과 해안의 경치를 감상하고 사진기에 담았다.
도두봉을 내려와 해안길을 걸으며 힘차게 치솟는 파도를 보며 어영마을 해안에서 내일 한라산을 올라 가기위해 오늘 일정을 접었다. 택시타고 시외버스터미널로 가서 서귀포행 버스를 탔다. 2차 올레여행때 묵었던 민중각에서 하루밤을 자고 일어나니 도저히 한라산을 못 올라 갈것 같다. 시멘트길과 아스팔트길을 이틀 동안 54km를 걸었으니 무리였나 보다.
한라산산행을 다음기회로 미루고 어제 중단한 어영마을 해안도로를 따라 올레길을 걸었다. 수근연대를 지나 머리위로 내리는 비행기를 사진기에 담기도 하고 갯바위에서 수영하는 사람도 찍으면서 용두암에 도착하니 관광객이 북적거린다. 바다 쪽으로 내려가 용두암을 바라보고 길가로 올라와서 보는 용두암이 달라 보인다.
용두암에서 좀가면 용연이 나온다. 용연은 한천하류의 동한두기와 서한두기 사이의 계곡에 연못과 같이 물이 고인 곳으로 옛 부터 용이 사는 연못이라 하여 용연이라 불렀고, 경치가 뛰어나 조선시대 지방관들이 밤중에 배를 띄우고 주연을 열어 풍류를 즐기기도 했다고 한다.
시내주택가의 골목과 도로를 걸어가면 제주목관아가 있다. 입장료 1,500원을 내고 들어가니 제주도에서 가장 오래된 관덕정을 비롯하여 연희각,홍화각,우련당,망경루등을 고대 건축물을 둘러보고 남문로타리를 거쳐 오현단으로 갔다. 오현단은 조선시대 제주에 유배되었거나 목사등 관인으로 와서 민폐제거,문화발전에 공헌한 오현인 충암김정,규암송인수,청음김상헌,동계정온,우암송시열을 기리기위한 제단이다.
그리고 동문시장안으로 들어가 생선가게와 과일가게통로를 지나 길을 건너 17코스 종점인 산지천마당에 발을 들여 놓았다. 17코스를 완주했다.
시간을 보니 11시 이다. 제주 향토음식인 고기국수를 먹기 위해 택시를 타고 자연사박물관앞에 있는 국수관으로 가서 5,000원을 내고 고기국수를 맛있게 먹었다.
오늘일정은 내일을 위해 마무리하고 정글게스트하우스로 향했다. 낮에는 낮잠도 자고 푹 쉬고 한림항으로 가서 저녁식사로 8,000원주고 한치물회를 먹었다. 생각보다 맛이 그렇다. 숙소로 돌아와 내일과 모래의 날씨를 검색하니 추자도 배가 취항한다고 한다. 다음날 추자도에 가기로 마음먹고 일직 잠을 청했다.
<18-1코스 추자도 올레의 황홀한 일출과 낙조 >
다음날 아침 일찍 일어나 버스타고 제주로 가서 난생 처음으로 6,000원주고 바다장어 해장국을 시켜 먹어보니 맛이 일품이다.
택시타고 제주항으로 가서 11,500원에 승선권을 구입하고 배를 탄지 1시간 10분 만에 추자항에 도착했다. 올레지기님의 추천을 받아 항구에서 가장 가까운 여관에 들어가니 같은 배를 타고 온 올레꾼이 남자 1명, 여자2명이 더 있었다. 여장을 풀고 숙박비 25,000원을 지불하고 이들과 함께 점심으로 7,000원하는 조기백반을 먹는데, 조기보다 조기젓갈이 더 맛있었다.
일행중 여자한분은 배 멀미를 해서 여관에 쉬기로 하고 3명이 올레길을 걷기로 했다. 나는 카메라와 물병만 들고 추자항을 출발하여 최영장군사당으로 올라갔다. 왜 이곳에 최영장군의 사당이 있을까하는 의문이 풀렸다. 고려 공민왕 23년 목호의 난을 진압하기위해 제주로 가던 최영장군은 풍랑으로 추자도에 머물며 주민들에게 어망을 만들어 고기를 잡는 법을 가르쳤다. 생활이 크게 좋아진 주민들이 장군의 은혜를 기리기 위해 사당을 짓고 봄과 가을에 봉향한다고 한다.
상추자도에서 가장 높은 봉글래산을 향해 시멘트길을 따라 걸으며 바다의 풍광도 보고 나무들의 수종을 보니 제주도 보다는 전라도의 섬에 와 있는 느낌이다. 봉글래산 정상에는 팔각정이 있어 이곳에서 사방을 둘러보면서 느낌은 바다와 섬이 조화를 부려 아름다운 풍광을 만들어 내고 있다. 봉글래산 정상에서 내려오면 천주교 추자공소와 마을길을 지나 처사각쪽으로 올라가서 처사 박인택을 추모하기 위해 후손들이 건립한 사당을 둘러보았다. 박인택은 조선중기에 추자도에 유배와서 주민들에게 불교교리를 가르치고 병을 치료해 주며 살았다고 한다.
숲길을 따라 올라 가면 나바론 절벽이 나오고 약 200m정도 더 가면 추자등대가 나온다. 추자등대 홍보관을 들러 보고 상추자도와 하추자도를 잇는 추자교를 건너 묵리고개마루로 올라가서 시원한 바다바람을 맞았다. 다시 내려가면 묵리마을이 나오고 다시 아스팔트길을 따라 걷다보면 신양항이 나온다. 신양항에서도 여객선이 다닌다고 한다.
신양항을 지나 해안 도로를 걸어가면 모진이 몽돌해안이 나온다. 몽돌의 크기가 크고 동돌해안의 길이가 짧은 것이 해수욕장으로 좋은 조건은 아닌 것 같다. 몽돌해안에서 약1km정도 시멘트길을 올라가면 황경헌의 묘가 있다. 황사영백서 사건으로 그의 처 정난주마리아가 제주로 유배된다. 호송선이 잠시 머물자 정난주는 아들 황경헌을 저고리에 싼 후 황새바위에 숨겼고, 경헌은 어부 오씨에 발견되어 자랐고 경헌의 후손들이 하추자도에 살고 있다고 한다.
황경헌의 묘를 지나 산을 더 올라가면 신대산 전망대가 나온다. 전망대에서 남쪽으로는 제주와 한라산이 보이고 북동쪽으로는 횡간도와 멀리 완도권의 보길도가 보인다. 예초리 기정길과 예초리포구 엄바위장승을 지나 추자도에서 제일 높은 돈대산을 오르게 된다.
도로변에서 약800m정도 올라가면 정상이다. 어느 산이던지 정상에 오르면 시원한 바람과 주변의 풍광이 아름답게 느껴지고 마음을 한층 업 시켜 준다. 추자도는 상.하추자,횡간도등 4개의 유인섬과 38개의 무인도로 이루어진 군도로 형성되어 있다. 점점이 바다위에 떠 있는 섬들을 보고 있으니 마음이 상쾌하다.
하산하는 길은 지나온 길과 교차하는 묵리교차로을 지나고 추자주민의 상수원인 담수장을 지나 다시 추자교를 건너 상추자도로 접어든다. 올레지기님이 숲길을 만들었으나 아직 개통되지 않은 고즈넉한 숲길을 걸으며 추자도 앞바다에 떠 있는 20여개의 섬과 갯바위 그리고 숲을 이루고 있는 나무이름들을 헤아리며 걸으니 아스팔트길을 걸으며 피곤했던 발이 좋아라고 웃는다.
추자항포구를 따라 걸어 완주를 하고 시계를 보니 5시 20분이다. 일행과 떨어져 나는 일몰을 보기위해 처음 걸었던 길을 다시 걸어 서쪽 봉글래산 정상의 팔각정까지 1.5km를 뛰다시피 올라갔다. 6시부터 일몰시간 6시15분까지의 환상적인 일몰풍광을 사진기에 담고 여관으로 내려오니 7시이다.
저녁식사로 김치찌게를 주문하니 배추값이 너무 비싸서 팔 수가 없다고 한다. 배추파동이 추자도에도 영향을 미치고 나에게도 영향을 주는 구나. 갈비탕으로 대신하고 잠자리에 들었다.
다음날 아침 5시 30분에 여관의 뒷동산에 있는 등대산공원에 올라가니 아직 온 세상이 어둡다. 추자항의 야경을 찍고 6시 15분부터 6시 30분까지 일출을 카메라에 담았다. 희망의 아침이라 그런지 어제의 일몰보다는 일출이 나의 마음을 더 움직인다. 한마디로 말하면 황홀경에 빠졌다. 여행의 기쁨이 이런 것이 아니겠는가?
신양항에서 오전 10시 30분에 출발하는 배를 7,100원에 승선권을 구입하여 승선하였다. 파도때문에 20여분 지연하여 2시간 30분 만에 제주항에 무사이 도착하였다. 배가 20여분 지연하는 바람에 예약비행기를 못타고 3시간 30분이나 늦은 비행기를 타고 집으로 돌아왔다. 이런 일도 여행을 위해 감수해야겠지요.
( 코스별 사진은 별도로 편집함 )
'제주올레길' 카테고리의 다른 글
제주올레 16코스( 고내포구- 광령1리사무소) 사잔모음 (0) | 2010.10.11 |
---|---|
제주올레 15코스( 한림항 -고내포구 )사진모음 (0) | 2010.10.11 |
제주올레 3차 여행기( 제8코스-제14-1코스) (0) | 2010.06.18 |
제주올레 14-1( 무릉- 저지리)사진모음 (0) | 2010.06.17 |
제주올레 14코스( 저지리-한림항 ) 사진모음 (0) | 2010.06.1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