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고 싶은 말

찐쌀의 추억

hong-0925 2012. 11. 10. 20:50

 

 고교동기들이 모여 “빛사랑”이라는 사진동호회를 만들고 처음으로 변산반도로 M.T를 겸해 촬영여행을 갔다.

변산반도의 주요 관광지를 돌아다니며 사진을 촬영하고 내소사입구에 늘어선 상점을 구경하는 중에 찐쌀을

팔고 있는 것이 아닌가.

 찐쌀을 보니 참 반갑다. 

내가 어렸을 적인 60년대만 해도 가을이면 친구들이 바지 주머니에 찐쌀을 가뜩 넣어가지고 나와 나에게 먹으라

고 주었던 기억이 새록새록 되 살아난다.

 그때 만해도 농촌에는 이러다할 간식거리가 없었던 시절이다. 딱딱한 찐쌀을 입에 넣고 우물우물거려 부드러워진

쌀을 씹어 먹으면 고소하고 담백하면서 달콤했다.

 찐쌀은 우리친구들에게 인기가 좋은 주전부리였다.

주전부리는 주로 부자집 애들이 떡, 티밥, 찐옥수수, 찐고구마, 찐감자 그리고 밤,감,배,포도,참외등 과일을 가지고

와서 자랑하며 먹으며 나눠주곤 했다. 그러나 찐쌀은 부자집 애들보다는 가난한 집 애들이 가지고 나와서 친구들과

같이 나눠 먹곤 했었다. 그때만은 부자집 애들보다는 가난한 집 애들이 나에게는 더 좋게 느껴졌쓰니 왜 그랬을까?

내가 크면서 알게 된 사실이지만 찐쌀은 경제적으로 어려웠던 시절의 서글픈 사연이 있다. 보리를 수확하기 직전,

식량이 부족하여 먹을 것이 없어 어려움을 겪을 때인 6~7월을 보리고개라고 한다.

이와 마찬가지로 벼를 수확하기 직전인 8~9월에도 가난한 사람에게는 식량이 부족하여 끼니를 잇기가 어려웠다.

그렇다보니 덜 익은 벼를 베어 타작을 하는 농가가 더러 있었던 기억이 난다. 타작한 벼를 가마솥에 넣고 찐 다음

햇볕에 말려 절구에 넣고 찧어 만든 쌀이 찐쌀이다. 가난한 농가는 벼가 완전히 여물어 벼를 수확할 때까지 찐쌀로

밥을 지어 먹었던 것이다.

 그러나 지금의 찐쌀은 외국으로 부터 쌀을 수입하기 위한 수단으로 이용되고 있다. 쌀은 수입이 제한되어 있지만,

찐쌀은 낮은 관세만 물면 자유롭게 수입할 수 있기 때문에 수입상들이 찐쌀을 수입해다가 김밥등 가공용으로 팔고

있는 실정이다.

 찐쌀을 보니 어머니 몰래 찐쌀을 가져와 나에게 나눠 주었던 친구가 생각났다. 동갑내기로 초등학교를 6년 동안 같

은 반이었던 그친구와 나는 거의 매일 붙어 다니며 같이 놀았다. 논으로 들로 돌아다니며 개구리도 잡고,미꾸라지도

잡고,참외서리도 하고, 메뚜기도 잡고, 우렁이도 잡으며 호연지기를 키웠 나갔다.

여름에는 유성천 강둑으로 소를 끌고 가서 풀을 뜯어 먹게 하고 친구와 나는 발가벗고 수영을 하거나 그늘에 앉아서

장기를 두곤 했다. 그 사이 소는 여기저기에서 풀을 뜯어 먹다가 논둑에 심은 콩을 다 뜯어 먹어 콩밭주인에게 들켜 

혼 줄이 나기도 했다.

또 참외서리를 하다 참외주인에게 들겨 나의 어머니가 참외 값을 물어주고 매를 들고 나를 때리려고 하면 나살려라고

줄행낭을 노키도  했었다.

 6학년이던 어느날 그 친구는 가정이 어려워 빚을 갚지 못해 야밤 도주하고 소식이 끊어 졌다. 어렸을 적 함께 놀았던

그 친구와 함께 찐쌀을 먹으며 옛 추억을 되새겨 보고 싶다.  50여년이 지난 지금도 그때와 같이 찐쌀이 구수하고

담백하고 달콤할까? 그리고 그 친구와의 우정이 되 살아날까?

옛날로 되 돌아가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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