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올레여행기 2
마음을 설레면서 기다리던 2차 제주올레길을 걷기 위한 준비를 했다. 이번여행은 참 오랜만에 마누라와 동행이다 보니 새로 준비할 것이 있다. 우선 마누라에게 트레킹화,양말,등산모자를 사주고, 나도 지리산 등산할 때 등산모자를 바람에 날려 보내고 없어서 끈이 달린 등산모자를 장만했다. 3박 4일 일정으로 여행하기로 하고, 짐은 최대한 적고 가볍게 준비했다.
나의 마누라는 30여년을 같이 살아오면서 처갓집을 갔다 오는 것을 빼면 혼자 여행을 해 본적이 없는 것 같다. 나와 같이 비행기를 타고 간 여행도 손가락으로 뽑을 정도이다. 제주도는 10여년전에 고향동네 친구모임에서 부부동반으로 한라산 등산과 관광을 했고 이번이 두 번째이다.
마누라랑 같이 가다보니 저가항공사를 이용하기가 그렇다. 그래서 가격은 비싸지만 KAL를 이용하기로 했다. 마누라는 왕복 168,800원, 나는 10,000마일의 마일리지를 사용했다. 마누라의 성당일정 때문에 오후 2시 30분에 출발하는 KAL 에 몸을 실었다. 3시 40분정도에 제주공항을 나와서 4시에 출발하는 서귀포행 리무진버스를 1인당 5,000원을 내고 탔다. 서귀포에 도착하면 5시정도 되는데 숙소에 가서 쉬기에는 시간이 아깝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KAL서귀포 호텔에서 하차하여 6코스출발점인 쇠소깍까지 택시를 타고 갔다.
쇠소깍은 보면 볼수록 아름답다. 지난번 쇠소깍 주변을 걸으면서 이 아름다운 풍광을 마누라와 같이 와서 느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었다.
쇠소깍은 효돈천과 바다가 만나는 끝지점에 위치한 깊은 소(沼)이다. 원래는 소가 누워있는 형태라 하여 '쇠둔'이라는 지명이었는데, 한라산에서 내려온 맑은 물과 바다가 만나 깊은 웅덩이를 만들어 '쇠소깍'이라고 붙여졌다. 쇠는 소(牛), 소는 웅덩이, 깍은 끝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는 제주도 방언이다.
서귀포의 유명 관광지와 달리 쇠소깍은 일부 관광객들이 다녀가는 비경 중의 하나였으나 올레 5코스의 종점이자 올레 6코스의 시작점이 되면서 더욱 유명해 졌단다. 쇠소깍은 푸른 상록수림이 계곡에 비쳐 빚어내는 짙은 초록빛과 푸른 하늘빛이 연못에 어우러진 아름다운 풍광에 감탄사를 연발하게 된다. 또한 산책로를 따라 걷다보면 용암이 흘러내려 굳어진 크고 작은 바위와 기암괴석이 눈에 들어온다.
효래교쪽의 상류는 수량이 적어 말라도 쇠소깍에는 지하에서 물이 솟아나기 때문에 항상 옥색의 물이 가득 고여 있다. 울창한 상록림과 아름드리 소나무에서 뿜어내는 싱그러운 자연의 향이 그득하다.
시간을 맞추면 이곳의 명물인 테우(뗏목의 제주방언) 를 타볼 수도 있다. 지난번 올레길에서는 태우를 탈 수 있었으나 다음에 마누라와 같이 와서 탈여고 했는데 늦게 오는 바람에 못 타서 참 아쉽다.
올레꾼들에게 쾌 유명한 올레꿀빵과 한라봉을 사서 먹으면서 제 6코스인 쇠소깍 - 외돌개를 걷기 시작했다.
관광제주에 걸맞게 해안길을 따라 자연생활공원을 잘 조성하여 자연의 아름다음과 조화를 이루고 있다. 해안길을 따라 효돈동의 유래,소금막의 유래를 적은 표석를 읽으면서 이 지역의 역사를 알아 가는 것이 재미있다. 이 지역을 소금막이라고 불렀는데, 이는 옛날 하효항포구 주변에 소금을 구웠던 막사였던데서 유래되었다고 한다.
어느곳에서는 바다와 용암이 흘러 굳어진 괴암괴석 그리고 파란 하늘이 연출하는 아름다음에 취하고 또 어느곳에서는 카나라아 야자수군락지의 이국적 정취에 흠뻑 빠져 든다. 또한 길가에는 노란 유채꽃, 연보라색 갯노물꽃, 백년초 선인장이 올레꾼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또 이 지역의 아름다운사진을 진열도 하고 해녀상, 하루방과 해녀상등의 조각품을 세워 놓아 감상하면서 걷는 맛도 일품이다. 마누라도 일상의 도시생활에서 벗어나 자연과 어울려 걸으니 좋은 모양이다.
해안길을 약 2km걸어가면 제지기오름이 나온다. 표고가 94.8m에 지나지 않는 야산이지만 경사가 가파르고 계단이 천여개나 되어 올라 갈 때는 숨이 차 온다. 정상에 올라가니 평평하고 운동기구가 있는 것을 보니 보목지역 주민이 올라와서 운동하는 가 보다. 길에서 불과 100m도 못 올라 왔는데도 사방이 확 트였다. 북쪽에는 한라산의 위용, 동쪽에는 쇠소깍, 남쪽에는 보목항과 섶섬의 조화 그리고 서쪽에는 저녁노을이 멋진 풍광을 연출한다.
아름들이 소나무에서는 송아가루가 흩 날리고 있다. 어머니께서 송아가루를 채취하여 두었다가 관혼상제를 치를 때 다식을 만들어 제사상을 차리고, 맛있게 먹었던 어렸을때의 기억이 되살아 난다.
산에서 내려 오니 벌써 해가 지고 있다. 마침 보목항에서 서귀포가는 버스가 있어서 그 차를 타고 미리 예약한 숙소로 갔다. 짐을 풀고 나와 무엇을 먹을까 두리번 거리며 식당을 찾는다. 혼자 다닐 때와는 달리 마누라의 의사를 무시할 수 없다. 제주음식을 먹어 보잔다. 제주의 음식인 성게알미역국을 1인당 10,000원에 시켰더니 맛이 일품이다.
그런데 걱정이 생겼다. 마누라가 새로 산 워킹화를 신고 왔는데 복상뼈를 스쳐 붓고 아프단다. 내일 걷는데 문제가 있을까 은근히 걱정이 된다.
둘째날, 아침에 일어 나서도 부기가 빠지지 않고 아프단다. 마누라는 약국에서 약을 사서 바르고 먹었다. 제주전통음식인 갈치국으로 아침식사를 해결했다.
시내버스를 타고 어제 중단한 보목항에 가니 9시이다. 해안길을 걷기시작했다. 해안길이 단조롭고 지루할 것 같지만, 소나무냐,소철나무냐,야자수냐,자연적으로 생긴 오솔길이냐, 새로이 만든 길이냐,나무길이냐,돌길이냐,자갈길이냐,흙길이냐,낙엽길이냐에 따라 풍광과 이미지가 달리 보여고 느낌이 항상 새롭다.
인명구조시설을 갖춘 구두미 포구,보목하수종말처리장,아열대나무터널길, 소나무길을 지나고 나면 다시, 해안길이 나온다. 해안으로 흐른 용암의 용트림, 나무새싹의 연초록빛, 활짝 핀 철쭉꽃등 창조주가 연출한 아름다운 정원을 걷는 기분이다.
올레길에서 궁도장인 백록정도 만난다. 우리나라에서 과녁이 바다를 지나 있는 궁도장은 이곳 백록정 뿐이란다. 경치가 좋아 전국의 궁사들이 찾고 매년 궁도대회도 열린다고 한다. 심신을 단련하는 좋은 도장이 되길 바래본다.
해안길에서 KAL서귀포호텔 돌담장을 끼고 걸어 올라가면서 돌담안을 훔쳐 보니 잘 다듬어진 정원이 정말 아름답다. 인공호수에 팔각정,푸르고 아주 넓은 잔디밭,전문원예사의 손길이 많이 갔을 소나무,야자수,철쭉꽃들이 조화를 이루고 있다. KAL호텔을 돌아가면 파라다이스호텔을 지나 소정방 폭포의 이정표가 있다. 이정표대로 걸어 내려가는데 깨끗한 물이 흐르는 작은 개울이 나온다. 이 물이 소정방폭포라는 비경을 만들겠지라고 생각을 하면서 내려간다. 좁은 돌계단을 내려가니 낙폭은 크지 않지만 역시 아름다운 멋을 연출하고 있다. 사진을 찍고 주변의 나무,바위,바다를 감상하고 언덕을 올라가니 제주올레사무소가 있다.
좀 쉬어갈 요량으로 사무소에 들어가니 중년의 여성 자원봉사자가 우리를 반갑게 맞이 해 준다. 물과 커피도 무료로 제공하고 있다. 고맙기도 하고, 재단을 유지하기 위해 기념품을 팔기에 마누라용목도리를 10,000 원에 구입했다. 그리고 더 좋은 올레길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지난번에 올레길을 걸으면서 개선했으면 하는 문제점과 느낀점을 이야기해 주었다. 고맙단다. 제주올레가 국민들로부터 더욱 사랑받기를 기대해 본다.
나무로 바닥을 깐 산책길과 잘 가꿔진 정원을 조금 걸으면 정방폭포입구가 나온다. 넓은 주차장에 관광버스와 렌트카들이 즐비하다. 올레길은 아니지만 그냥 지나가기가 서운하다. 1인당 입장료 2,000원을 내고 들어가니 바로 물 떨어지는 소리가 우렁차게 들린다.
오래전에 와 보았지만 새롭게 느껴진다. 정방폭포는 동양에서 유일하게 바다로 직접 떨어지는 높이 23m,폭 8m, 깊이 5m의 해안폭포이다. 웅장한 폭포소리와 쏟아지는 물줄기에 햇빛이 반사되면 일곱색갈의 무지개가 푸른 바다와 함께 어우러져 황홀경을 연출한단다. 해변을 끼고 깍가지른 절벽과 소나무와 각종 수목이 울창하여 멋을 더 한다.
보슬비가 내리기 시작한다. 준비해간 우비를 입고 다시 걷기 시작한다. 정방폭포를 뒤로 하고 올래길로 접어들면 바로 서복전시관이 나온다. 정원과 서복동상, 태평양 바다를 바라보는 전망대가 잘 가꿔져 있다. 전시관에는 중국 진시황의 사자 서불이 불노초를 구하려고 정방폭포 안쪽에 서불과지(徐 巿過之)라는 마애명을 새기고 돌아갔다는 전설에 따라 건립한 기념관이다. 1인당 입장료 500원을 내고 전시관을 관람하고 사진도 찍었다.
시내쪽으로 50m 정도 올라가면 주변에서 유일하게 제주전통초가집이 나온다. 이집이 이중섭화백이 머물며 그림을 그렸던 집을 복원한 것이다. 다른집들은 기와집 또는 스레트집으로 개량하였으나 이집만 유일하게 전통초가집이다. 군계일학같다. 70년대 중반에 출장갔을 때에는 거의 전부 초가집이었는데 격세지감을 실감한다. 조금 더 올라가면 이중섭미술관이 나온다. 1인당 관람료 1,000원을 내고 들어가니 이중섭이 그린 그림은 몇점 없고, 다른 작가의 그림이 전시되어 있어 아쉬웠다. 그러나 이중섭공원과 거리를 조성한 것이 인상적이다.
놀며,쉬며,느끼며 걸으니 벌써 배꼽시계가 따르릉거린다. 재래시장의 활어집으로 가서 부시리 회정식을 1인당 20,000원주고 먹었다. 시장이 반찬이라고 맛있게 먹었지만 서울에서 먹는 회정식보다 맛있는 줄을 모르겠다.
다시 올레길을 걷다 보면 천지연폭포을 옆으로 지나가게 되어 있다.내가 걸은 올레길중에는 입장료를 받는 곳이 한곳도 없었다. 천지연폭포도 직접 가서 볼려면 올레길을 벗어나야 한다. 옛날에 보았으나 기억이 별로 없다. 1인당 입장료 2,000원을 내고 관람했다. 수학여행를 온 학생,중국,일본관광객, 국내관광객들로 북적인다.
천지연폭포는 신이 내려와 목욕을 하며 노닐었다는 전설이 내려오는 곳으로 하늘과 땅이 만나서 이룬 연못이란다. 높이22m,폭12m에 이르는 폭포가 웅장한 소리를 내며 절벽아래로 세차게 떨어지는 모습이 장관이다. 여기에 더해 계곡에는 맑은 물이 흐르고 천연기념물인 담팔수나무군락지와 희귀식물인 솔잎란,구실잣밤나무,산유자나무,동백나무등의 난대성 식물이 울창한 숲을 이루며 아름다움을 뽑낸다. 정방폭포와는 달리 해안에서 한참 들어간 육지로 물이 떨어지고 계곡물에는 여러색의 잉어들이 관광객을 맞이 한다.
천지연 폭포를 관광하고 새로운 명소가 된 새연교로 향했다. 서귀포항구의 앞섬인 새섬이 육지와 새연교로 연결되고 산책코스도 개발되어 관광객이 붐비고 있다. 섬을 걸으며 서귀포항구를 보니 아름다운 미항이다. 새섬의 산책길은 갯바위길과 나무판길,우거진 숲길로 되어 있고 풍광이 아름다워 피로를 풀어 준다. 올레길은 아니지만 천지연폭포와 서귀포항구,새섬,새연교가 조화를 이루고 있는 풍광을 보면서 오기를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다시 올레길로 돌아와서 천지연폭포 윗쪽으로 걷는다. 관광지답게 잘 조성된 칠십리 시공원으로 걸어 들어가면 전망대가 있다. 그곳에서 천지연폭포와 주변의 울창한 나무숲과 한라산의 아름다운 비경을 조망할 수 있는 명당이다. 오늘은 비가와서 한라산을 볼 수 없어 아쉽다. 비를 피해 전망대 뒤에 있는 쉼터에서 천지연폭포의 비경을 감상하며, 쉬면서 한라봉을 먹으니 참 맛있다.
비를 맞으며 시민들이 즐겨 찾는 삼매봉으로 올라 갔다. KBS 서귀포방송센터의 안테나가 높게 서 있다. 센터를 지나 더 올라가면 정상인 남성정이 나온다. 남성정에 올라서면 서귀포시내의 전경을 한눈에 볼 수 있다. 정상에서 내려가는 길은 경사가 심한 나무계단과 소나무 숲길로 되어 있다. 아스팔트도로를 건너면 외돌개 6코스 종점이다. 15km를 완주했다.
아직 시간이 많이 있어서 7코스를 더 걷기로 하고 삼매봉공원의 해안길로 내려 갔다. 이곳도 유명한 관광지라 단체여행객이 많다. 산책길을 나무판으로 잘 정돈되어 있고 아름들이 소나무와 괴암절벽 그리고 푸른바다가 연출하는 자연경관이 사람들을 끌어 모은다. 특히 외돌개 주변의 풍광이 아름답다. 연안 바다에 홀로 우뚝 솟아 있다고 붙여진 이름이다. 외돌개는 150만년전 화산폭발로 섬의 모습이 바뀔 때 생긴 높이 50m나 되는 바위섬이며 꼭대기에는 소나무들이 자생하고 있다. 고려말 최영장군이 서귀포 앞바다 범섬에서 원나라의 잔류세력을 토벌할 때 외돌개를 장대한 장수로 변장시켜 적군들이 이를 보고 겁에 질려 모두 자결하였다는 전설이 전해 온 단다. 외돌개 해안 산책로는 돔베낭골해안까지 이어지는데, 보는 시각에 따라 풍광이 변하는 색다른 매력과 감탄을 자아내게 한다. 또한 이곳은 인기리에 방영된 드라마 대장금의 찰영지이기도 하다.
빗방울이 세차게 몰아치고 비옷을 입었는데도 옷이 젖어오고 있다. 돔배낭골은 해안에 마치 나무도마처럼 생겼다는 넓은 바위가 있다고 붙여진 이름이다. 돔배는 도마,낭은 나무의 제주언어란다. 빗방울이 너무 커져 오늘 올레길일정은 맡치고 숙소행 버스를 탔다.
저녁은 영양을 보충하기 위해 제주흑돼지를 먹었는데, 왜 제주흑돼지가 유명한지를 알겠다. 참 맛있다.
세째날 아침 일어나자 마자 창문을 열고 하늘을 본다. 비는 오지 않지만 짖은 구름이 깔려 있다. 일정을 바꾸어 중사간지역과 오름으로 짜여진 7-1코스를 먼저 걷기로 했다.
월드컵 경기장에서 출발하여 외돌개까지 걷는 코스이다. 숙소 옆에 있는 뼈다귀 해장국으로 아침식사를 하고 시내버스를 타고 월드컵경기장 정거장에서 하차하고 걷기 시작한다.
일주도로에서 월드컵경기장으로 가는 입구에서 싸이클 경기대회 출발행사를 한 모양이다. 전국을 순회하는 국제대회로 조금전에 출발했단다. 이왕이면 우리나라 선수가 우승했으면 좋겠다.
월드컵경기장을 반 바퀴정도 돌아 마을길로 접어든다. 조금 가다 일주도로를 건너 내륙쪽으로 올라 간다. 오른쪽은 신시가지 주택단지가 이미 들어서 있고 왼쪽은 L건설회사가 한창 터닥기를 하고 있다. 중학교가기 직전에서 좌회전하여 걸으면 양 옆이 푸른 귤밭이 연속된다. 경사가 제법 되는 과수원길을 걸으면 등에서 땀이 날정도로 힘이 든다. 한라산 쪽으로 깊이 들어 왔는데 오히려 평평한 귤밭이 펼쳐진다.
온 천지가 푸르고 아름답다. 약 1시간정도 걸어서 엉또폭포에 도달하였다. 어제 비가 와서 물이 떨어질 것이라고 기대를 하고 왔는데, 물이 전혀 떨어지지 않는다. 실망감과 아쉬움이 크다. 이도 잠시고 깍가지른 기암절벽과 주변의 천연난대림이 아름다운 풍치를 자랑하니 나의 마음도 아름다워 진다. 이 폭포는 높이가 50m로 평상시에는 물이 흐르지 않는 건천이고 비가 70mm이상 내려야 폭포가 된다고 한다.
우거진 난대림의 푸르름을 감상하며 걸어 언덕에 오르면 고근산입구가 나온다. 바로 아래까지 개발되어 축구장,골프연습장등 스포츠시설단지가 가까이서 보인다.
제주의 다른 오름과 마찬가지로 고근산도 높은 산은 아니지만 경사가 가파르다. 하지만 나무계단의 소나무 숲길이 잘 조성되어 있어서 올라가기에 큰 무리는 없다. 정상에는 통신사안테나,산불감시초소가 있고 주변의 경치를 보도록 망원경이 설치되어 있다.
멀리 마라도에서부터 지귀도까지 제주바다와 서귀포의 풍광을 한눈에 볼 수 있다는데 날이 흐려 멀리 있는 마라도는 볼 수 없었다. 정상에는 원형분화구로 되어 있다. 둔화구둘레에는 소나무 오솔길로 되어 있고 분화구안에는 누런 갈대밭이다. 주변의 풍광을 감상하며 분화구 둘레 오솔길을 천천히 느끼고 생각하며 걸으니 마음이 즐겁다.
아쉬움을 뒤로 하고 고근산 뒤편으로 내려 가다 보면 남쪽의 푸르름과는 달리 봄을 시셈하는 듯이 아직도 누런 색깔을 간직하고 있다. 산길과 과수원길을 걸어 내려 가다 보면 서호마을이 나온다. 점심을 먹을 시간이다. 주변을 두리번 거리며 안내서에 있는 식당을 찾는다. 야채불고기 정식을 1인당 10,000원에 시켜 먹으니 맛있다.
식당에서 고향을 방문중인 대전사람을 만나 대전 고향이야기를 하며 잠시 휴식을 취하였다.
또다시 마을길과 귤밭이 있는 농로길을 걸어 걸어 조그마한 언덕에 올라 서니 평평한 논이 펼쳐지고 논에는 흰색의 흰두르미인듯한 큰흰새무리가 날아 다닌다. 이곳이 하논분화구이다. 제주에서 논 구경을 하 니 감회가 새롭다. 하늘에서 별을 딴 기분이다. 올레길이 논수로길로 되어 있어 수로에서 물고기도 찾아보면서 천천히 걷는 기분이 아주 좋다.
목적지에 가까워 진다. 동네길을 지나 과수원길을 올라가 삼매봉입구 일주도로를 건너 휴게소에서 차를 마시며 잠시 쉬었다. 남자 주인의 말에 의하면 올레의 뜻은 집과 신작로을 연결하는 길을 뜻하고, 지금 사용하는 올레길은 질레길이라고 해야 맞다고 열변을 토한다. 올레꾼들은 돈을 안 쓰기 때문에 제주민들이 좋아 하지 않는단다. 올레길이 오랫동안 지속되고 발전하려면 상업자본이 아닌 민박,쉼터등 제주민의 참여폭을 넓혀야 할 것 같다.
여러 가지 이야기를 듣고 외돌개쪽으로 조금 내려 와 외돌개올레안내소에 도착했다. 오후 3시에 16km의 7-1코스를 완주했다. 완주했다는 성취감에 기분이 상쾌해 진다.
오늘 올레길일정은 마치고 버스를 타고 서귀포 숙소로 향했다. 숙소에 오니 잠이 밀려 와 단잠을 잤다. 여행을 하면서 숙소에서 낮잠을 자기도 처음인 것 같다. 저녁에는 어제 보았던 새안교옆 해녀의 집에 가서 해삼,멍게,전복,소라 한접시를 30,000원에 시켜 먹고 소라죽을 20,000원 주고 먹으니 포만감에 더욱 행복해진다. 숙소에 가기전에 제주재래시장을 구경하고, 한라봉과 제주에서 유명한 차조로 만든 오메기 떡을 사 가지고 숙소로 돌아 왔다.
넷째날은 날씨가 좋아 햇볕이 난다. 아침식사는 어제 사온 오메기떡으로 때우고 일찍 숙소를 나섰다. 시내버스를 타고 그저께 중단한 돔베낭골로 가서 걷기 시작한다. 올레길이 당초는 해안길이었는데, 해안길의 개인소유자가 길을 맊아서 서귀포 여고을 휘감고 돌아가는 길로 바뀌었다. 돔베낭골에서 서귀포여고의 담길을 끼고 일주도로로 올라가서 일주도로를 걷다가 내려 가면 수봉로 해안길로 연결된다. 이길 옆 해안에는 곳곳에서 물이 나오는데, 동가름물과 서가름물이 있다. 1km의 시멘트로 된 길을 걸으며 해안쪽을 보니 수십명의 해녀들이 물질을 하고 있다. 법환포구에 있는 올레휴게소에서 차를 마시며 잠시 쉬고 기념품을 샀다. 다시 시멘트길을 걷다가 아스팔트길도 걷고, 나무숲길도 걷고, 해안의 자갈길을 걷고, 괴석의 용암바위도 걷고 만조시에는 길이 물에 잠기는 길도 걷게 된다. 그때 그때마다 걷는 발의 촉감이 다르고 눈에 비치는 풍광도 달라진다.
강정올레길옆에는 써근섬이라고도 불리는 서건도라는 섬이 있다. 하루에 두번 썰물 때 길이 열리는 모세의 기적이 일어난다. 낮을 기준으로는 한 달에 10번정도 길이 열린단다. 마침 길이 열여 있어서 섬으로 들어 갔다. 섬을 둘러 볼 수 있는 산책로가 잘 정비되어 있고, 맑은 바닷물과 악어바위, 울창한 나무숲이 어우러져 멋있는 풍광을 자랑한다. 이 섬은 올레길이 아니기 때문에 그냥 지나치기 쉬운데, 이 아름다운 풍광을 감상했다는 것은 행운이다.
농부가 마늘쫑을 뽑고 있는 마늘밭이 펼쳐 지고, 소나무해안길을 조금 걸으면 물에 뜨는 징검다리를 건너고 바로 풍림리조트의 올레베이스캠프가 나온다. 올레꾼들이 이용할 수 있도록 차,음료,뷔페,정식백반을 팔고 있다. 풍림리조트를 돌아 개천을 따라 올라가면 주상절리대가 나온다.
주상절리대는 육모꼴 기둥들이 절묘하게 펼쳐져 있는 자연의 신비로움을 보여준다. 제주도는 신생대 4세기에 형성된 화산섬이며, 주로 현무암질의 용암으로 구성되어 있다. 절리(節理)는 암석에 발달된 갈라진면으로 화산암에는 주상(柱 狀)절리와 판상(板狀)절리가 발달해 있다. 주상절리는 주로 현무암질의 용암류에 기둥모양의 수직평형한 절리로서 약 섭씨 1,100도의 두꺼운 용암이 화구로부터 흘러나와 급격히 냉각되는 과정에서 수축작용에 의해 생겨난 틈이다. 위에서 보면 일정한 다각형의 형태를 보이는데 4-6각형을 취하고 있다. 강정천부근의 주상절리대는 제주의 신비한 자연을 다시 느끼게 하기에 충분하다.
다리를 지나면 제주해군기지 건설현장이 있다. 현장을 돌아 마을길을 거쳐 해안도로로 가면 “강정을 지켜주세요” “ no 해군기지”라고 쓰인 프랭카드와 농성자의 천막이 있다. 강정지역의 아름다운 사진을 전시한 천막도 있다. 어느것이 옳은 일인지 생각에 잠겨 본다. 결론이 나지 않는다.
강정포구의 해녀의 집에서 점심을 먹으려니 문이 굳게 닫혀 있다. 마을 주민에 물어 보니 오늘은 해녀들이 물질하는 날이라 식당은 열지 않는단다. 마누라에게 성게칼국수를 먹이고 싶었는데 아쉽다.
우선 올레길가에 있는 포장마차에서 오뎅으로 요기를 하고 월평포구에서 점심을 먹겠다고 또 걸었다.
가장 걷기 싫은 시멘트길과 아스팔트길을 약 30분정도 걸어 월평포구에 도착하니 포구도 아주 작고 음식점도 없다. 월평포구에서부터 1km정도 우수소나무보존지역이다. 아름들이 소나무 숲길을 걷는 맛이 일품이다. 길밑의 절벽은 까까지른 절벽과 동굴,괴암괴석과 소나무들이 조화롭게 배치되어 비경을 자랑한다. 해안길을 벗어나 마을길로 가면 7코스 종점인 송이수퍼가 나온다. 7코스17.7km를 완주했다. 종점치고는 초라하고 잠시 쉬어갈 곳도 없다.
시간여유가 있어 8코스를 더 걷기로 하고 아스팔트길을 걸어 가는데 올레꾼 식당이라며 성게국수을 판다는 안내판을 보고 들어 갔다. 성게국수를 시겼는데, 잔치국수에 성게를 고명으로 조금 넣은 국수다. 지난번 올레길에서 해녀의 집에서 먹은 칼국수와 달라 실망했지만 맛은 있다.
식당에 앉아 있으니 관광버스가 옆에 있는 절로 수시로 드나든다. 이 절은 조선 초기 불교건축양식으로 지어진 사찰로 단일사찰로는 동양최대를 자랑하는 새로운 관광명소로 각광받고 있다. 약수가 흐르는 절이라는 뜻으로 약천사라고 한단다.
약천사를 지나면 선퀫내의 다리아래로 내려가 천변의 바위를 발고 좌우로 건너 다니며 걸어서 해안으로 가면 이물이 아주 낮은 폭포수로 변화 된다. 해안길로 올라 가면 소나무 숲길과 괴석,낚시꾼들,푸른 바다를 보면서 걸으면 대포항이 나온다. 이항구는 제법 큰 항구로 배도 많고 횟집들이 많은 것을 보니 중문관광객들이 많이 오는 가 보다. 조금 참고 여기 와서 먹을 걸 그랬다는 후회를 해본다. 부질없는 일이지만.....
소나무숲의 올레길을 계속 걷는데 멀리 보이는 해안 절벽위에 사람들이 많다. 무엇이 있길래 사람들이 저렇게 많은가 궁금해 하면서 가까이 가니 대포 해안 주상절리관광안내소이다. 사람이 많아 발디딜 틈이 없을 정도이다. 1인당 입장료 2,000원을 내고 해안 절벽쪽으로 가니 멀리서 본 해안의 주상절리대이다. 신이 다듬은 듯 정교하게 겹겹이 쌓인 검불근 육모꼴의 돌기둥이 병풍처럼 펼쳐져 있다. 자연의 위대함과 절묘함을 동시에 느낄 수 있는 천혜의 절경이다.
시간상 이번 올레길의 일정은 여기서 접고 다음 6월 8일을 기약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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