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고 싶은 말

이상한 결혼식

hong-0925 2010. 4. 3. 21:34

결혼식의 의례는 시대의 변화에 따라 변천해 왔다. 1960년대 만해도 농촌에서는 대부분 집에서 유교의식에 따라 혼례를 치렀다. 전통 혼례는  의혼(議婚), 대례(大禮), 후례(後禮)의 세 가지 절차로 진행된다. 의혼은 양가가 중매인을 통해 서로의 의사를 조절할 때부터 대례를 거행하기 이전까지를 말한다. 대례는 신랑이 신부집에 가서 행하는 모든 의례를 말하는데 전안례, 교배례, 합근례를 포함한다. 후례는 대례가 끝난 뒤 신부가 신랑집으로 오는 의식과 신랑집에 와서 행하는 의례를 말한다.옛날에는 이처럼 신부집과 신랑집에서 치루는 혼례절차를 합하면 2일내지 3일 혹는 몇일을 두고  진행되었다. 그러나 전통혼례도 지방마다,집안마다,약간의 차이가 있고 시대에 따라 변하고 있다.

산업화되고 바삐 살아가는 세태가 되면서 혼례절차에도 간소화 바람이 불어 왔다. 요사이는 신부집의 대청마루가 아닌 전통혼례식장 또는 공공장소의 마당에 치알을 치고 병풍과 휘장을 둘러 식장을 마련하고 교배상을 차린다. 교배상위에는 촛대(2개). 용떡(청실), 암탉(홍실), 소나무화병, 대나무화병, 밤, 쌀, 대추를 진설한다. 교배상을 가운데 놓고 신랑과 신부가 마주 서서 순서에 따라 절을 하는 의식인 교배(交拜)를 하는 것으로 결혼식은 끝난다.당일에 신랑부모와 친척에게 폐백을드리고 신혼여행을 가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처럼 전통혼례도 크게 간소화되었으나 전통예식장이 적고 교례식의 준비와 절차가 복잡할 뿐만아니라 돈도 많이 들기때문에 기피하는 경향이 있다.  하늘의 별따기 만큼이나 전통혼례를 보기 어렵게 되었다.

  대부분의 젊은이들은 서양의 결혼식절차 ,소위 신식 결혼식을 올린다. 신식 결혼식도 절차와 행태가 많은 변화를 가저 오고 있다. 예식장소을 보면 전용예식장에서 호텔,종교시설,공공기관의 강당등으로 다양해지고, 산사나이의 산장결혼, 다이버의 수중결혼처럼 이색결혼식도 심심잖게 볼 수있었다. 또한  과거에는 엄숙한 결혼식이었다면 요사이는 자유로움과 즐거움,발랄함,더나아가 자기들만의 개성이나 특성을 살린 결혼을 하는 경우도  많아 졌다. 예식절차도 기본은 사회자가 식순에 의거 사회를 보지만 주례가 말 그대로 혼인서약,결혼예물교환,주례사등을 중요한 의식을 주관하는 것이다. 그러나 요사이는 사회자가 하객들 앞에서 키스를 시키기도 하고,신랑이 직접 노래를 하도록 시키기도 한다. 

 나는 오늘 초등학교의 동기동창 아들 결혼식에 참석하여 아주 특이한 결혼식을 보았다. 주례가 없는 결혼식이다. 어렸을때부터 50여년동안 신식결혼식을 보아 왔지만 주례없이 혼례식을 치르는 것은 처음보았다. 하도 특이하여 수첩을 꺼내어 주례없는 결혼식을 어떻게 진행하는가 메모했다.  그 절차를 요약해 보면 사회자의 코멘트에 따라 양가 어머니의 촛불점화, 자주 듣던 결혼행진곡이 아닌 전혀 들어보지 못한  곡이 흐르는 가운데,신랑이 입장하고,이어서 신부가 아버지와 같이 입장한다. 혼인서약은  일반 예식장에서 하는 주례가 틀에 바킨 양식를 읽고 신랑신부에게 확인하는 방식이 아니라,신랑이 직접 마이크를 잡고 신부에게 사랑과 고마움,앞으로 남편으로서의 다짐등을 격식없이 말한다. 또한 신부도 직접 마이크를 잡고 신랑에 대한 사랑과 앞으로의 다짐과 각오을 말한다.

 다음은 사회자가 시키는 대로 하객이 보는 앞에서 맹세의 키스를 한다. 그리고  신랑아버지가 하객에게 고맙다는 인사를 하고 다음에 신부 아버지가 인사를 한다. 다음은 축가와 양가부모께 인사를 한다.  최근의 다른예식에서는 신랑은 큰절하고 신부는 목례를 하는 것이 일반적인데 여기서는 신랑도 목례를 한다. 나는 이것이 더 좋아 보인다. 하객에게도 고맙다는 목례인사를 한다. 그리고 신랑신부가 퇴장함으로써 교배식에 해당하는 혼례식이 끝난다. 2부행사로 사진찰영,케이크절단,건배등은 다른예식과 별차이가 없다.  

 새로운 결혼 풍속도다. 신선한 충격이었다. 개성의 시대에 살다보니 일생에 단한번 있는 결혼식도 주례없이 자기들이 꾸며나가는 개성넘치는 요즈음의 젊은이들이 부럽다.앞으로 혼례절차는 또 어떻게 진화할것인가 궁금해진다.

                                                           2010. 4.3

                                                               流星  홍 성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