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가 따뜻해지면서 몸이 근질 근질하다. 작년까지만 해도 30여년이상 다니던 직장을 은퇴하고 나니 직장후배, 퇴직동료.선배, 학교동창등 여기저기서 만나서 식사하자, 골프치자, 여행가자고 제안이 들어와 시간가는 줄도 모르고 1년이 지나 갔다.
세월이 지나면서 지인들의 연락이 점점 줄어들고 나 역시 만나자고 제의하기도 쉽지 않다. 이는 자연적인 현상이라고 생각된다. 욕심과 미움을 하나 하나 버리면서 혼자서 할 수 있는 일을 찾아야 한다는 선배들 말씀이 생각난다. 또한 건강도 생각해야 할 것 같다. 그래서 생각한 것이 등산과 걷기이다. 집근처의 야산인 대모산, 청계산, 남한산성, 검단산, 관악산, 운주산, 축령산 탄천과 양재천의 산책로등을 돌아가면서 걷고 있다.
오래전부터 가보고 싶던 제주 올레길을 3월 8일부터 11일까지 3박 4일 일정으로 다녀 왔다. 글을 써본지 오래 된지라 잘 써 질지 두럽지만 14코스중 5코스를 돌고 온 감회를 혼자만 느끼고 간직하기에는 너무 아까워 몇 자 적어 본다.
늙어가면서 마누라를 모시고 가야 하겠지만 마누라는 장기간 걷는 것이 부담스럽다고 혼자 가란다. 홀가분한 마음으로 제주올레계획을 짰다. 제주올레에 대한 정보를 제주올레 인터넷 싸이트(www.jejuolle.org)에서 얻고 금년내에 전코스를 돌기로 계획을 세웠다. 이번에는 나이도 있고 하니 우선 3박 4일일정으로 1코스부터 4코스를 걷기로 했다. 숙소는 정하지 않고 그때그때 정하기로 하고 최소의 비용으로 가기로 했다.
비행기는 저가 항공사중에서 효율적인 시간 이용이 가능하면서 가장 싼 것을 검색하여 이스타항공사를 선택했다. 3월 8일 월요일 10시 30분 김포공항 출발 비행기표는 22,000원 그리고 돌아오는 11일 금요일 21시 제주발 비행기표는 44,000원에 공항세와 유류할증료 포함 왕복 87800원에 비행기표를 예매했다.
마침내 출발하는 날 날씨도 좋고 마누라의 잘 다녀오라는 배웅을 받으며 설내는 마음으로 집을 나섰다. 그런데 제주에 11시 10쯤 내리니 비가 오는 것이 아닌가. 사전에 얻은 정보에 의하면 우산은 바람 때문에 쓸모가 없으니 우비를 꼭 준비하라고 해서 동내수퍼 몇 군데들 돌아다녀도 없어서 준비하지 못했다. 이번 일정에 차질이 오는 것은 아닌지 머리가 혼란스러웠다.
우선 1코스 시작점에 가서 어떻게 할지 생각하기로 하고 제주공항에서 20여분 기다려 100번 버스를 타고 시외버스터미날로 갔다. 터미널내 가계에는 우비를 2,000원 주고 샀다. 올레 시작점인 성산읍 시흥리가는 버스표를 3,000원주고 시외버스를 탔다. 창가에는 푸른 바다에 하늘은 어둡고 들판은 마늘, 당근등 월동 농산물로 초록빛을 띄고 스쳐 지나간다. 1시간의 버스여행 끝에 드디어 올레길의 시작점인 시흥초등학교에 도착했다. 하느님께서 저의 이번 여정을 보살펴 주시는가? 제주시와는 달리 여기는 비가 오지 않고 바람만 세게 몰아치고 있다.
빨리 걷고 싶은 마음에 점심도 거른 체 오후2시 경 올래길을 걷기 시작하였다. 몇 백미터거리에 있는 올레안내소에 들려서 안내지도를 받고 식당과 숙소에 대한 간단한 정보를 얻고 걷기 시작했다. 길을 걸으면서 양옆에 있는 밭작물에 자꾸 눈이 간다. 40여년을 농업과 관련된 직장을 다니고 직접 농산물의 수급, 유통,가격안정등에 관련된 업무를 보았기 때문이리라.
한참 걷다가 약간 숨이 찰만하면 정상에 오르는 말오름에 올라 심호흡을 하고 사방을 돌아보니 가까이에는 마늘밭, 무밭, 당근밭, 유채밭, 야생화, 밭과 밭사이 경계에는 돌담들이, 멀리에는 낮은 오름, 성산일출봉, 울긋불긋한 집들, 더멀리에는 푸른바다 이국적인 풍광에 아름답다. 맑은 날에는 한라산이 보인다지만 오늘은 구름이 방해를 놓아서 아쉬웠지만, 나의 마음을 사로 잡기에 충분했다. 몸과 마음이 상쾌해 진다
또 내려가다 오르면 알 오름이 나온다. 알 오름은 목장을 가로 질러 오르고 내려가면서 방목한 소도 보고 말도 보면서 걷는다. 걷고 또 걸으면 종달리 마을을 지나 소금밭 가기직전의 나무한그루, 그 나무밑에는 공덕비 몇 개가 있어서 그런지 나에게 앙상한 가지만 보여주지만 기품이 있어 보인다.
종달리 해변을 걸으면서 제주 바람이 얼마나 센지를 실감하였다. 몸이 흔들리고 차가 지나갈 때 차 앞으로 넘어질 것만 같아 불안하기 까지 하였다. 해안 바위에는 바람을 피해 갈매기 수십 마리씩 떼를 지여앉아 있고, 힘찬 파도에 밀려오는 흰 물거품이 어우러져 장관을 이룬다.
아름다운 풍광에 정신이 팔려 배고 푼 지도 모르고 10여 km을 걷고 있는데 해변가 콘테이너 휴게소가 있어 좀 쉬어가기로 하고 들어 같다. 아주머니가 말린 한치, 음료수등을 팔고 있다. 커피를 시켜 마시면서 얼은 몸을 풀고 나서 커피값이 얼마냐고 물으니 그냥 가란다. 그렇다고 그냥 나올 수도 없고 해서 재차 물으니 500원만 달란다. 제주 물가가 서울 보다 싸다. 자전거타면서 양재천, 탄천, 한강변 노점상들은 1,000원 받지 않는가. 바가지를 시우지 않으니 올레길을 즐겁게 한다.
오른쪽을 바라보면 우도가 가까이 눈에 들어 온다. 바람 때문에 배가 뜨지 않아서 우도를 갈 수는 없을 것 같다. 해변길 끝자락에 조가비 박물관이 있다. 2,000원을 내고 들어가 보니 다양한 조개껍질을 전시했고, 한편에는 진주 목거리등 조개관련 상품을 팔고 있다. 좋은 구경하고 발길을 재촉하여 오조해녀의 집을 지나니 몇 년 전 출장 왔을 때 먹었던 전복죽 생각이 나서 더욱 배가 고파 온다. 일정이 빡빡하여 허기진 배를 참고 길을 재촉하였다. 성산갑문을 지나고 나니 성산포 일출봉이 눈앞에 가까이 보인다.
혼자 걷고 있는 남자 올레꾼을 처음 만났다. 같은 처지이니 바로 친해져 말벗, 길벗이 되어 같이 걸었다. 일출봉은 시간이 늦어 올라갈 수는 없단다. 아쉽지만 수년전에 올라갔던 곳이고, 입장료 2,000원 절약한 것을 위안삼고 발길을 동암사 절로 돌렸다. 아담한 단청이 깨끗하고 화려하게 칠한 절을 관람하고, 몇 백발을 옮기니 2마리의 말이 한가롭게 풀을 뜯고 있다. 제주에서 처음 대하는 말이니 신기해서 사진을 몇 방 찍고 1코스 종착지인 광치키 해변으로 향했다.
동행한 올레꾼은 40대 후반의 중년이며 다니던 회사에서 명예퇴직을 하였단다. 6개월 정도 쉴 계획이란다.. 1주일 정도 올래길을 걸으면서 앞길을 설계하려고 한단다. 40대에 명퇴시키면 어떻게 하란 말인가, 그 사람의 이야기를 들으니 내 마음이 우울해진다. 참 사는 것이 어려운 세상인가 보다.
답답한 마음을 달래며 광치기 해변을 걷는다. 푸른 바다, 넘실대는 파도, 갈매기, 갯바위에 낀 파래등등 아름다운 풍광을 바라보면서 걷다보니 얼마 안가서 다시 마음이 밝아진다. 앞에는 여성 올레꾼이 혼자 걷고 있다. 혼자 오는 올레꾼이 많은가 보다.
한참을 걷다 보니 어느덧 15km을 걸어 종점에 도착하였다. 1코스를 완주하고 사방을 둘러 보니 어둠이 깔리고 온 몸이 나른해 진다. 1코스를 4시간 30분에 완주했다. 기분은 상쾌했지만 몸은 천근만근이고 배도 고프다.
커피 마실 때 추천해 준 숙소로 전화하니 픽업해 준단다. 얼마나 고맙던지..... 차를 타고 2코스 끝자락에 있는 000게스트 하우스에 도착하자마자 점심 겸 저녁을 먹었다. 제주의 전통음식 또는 해산물을 먹고 싶었지만 아쉽게도 김치찌개 밖에 안 된단다. 할 수 없이 5,000원을 주고 김치찌개를 시켰다. 시장이 반찬이라고 맛있게 먹고 숙소를 배정받았다. 숙소는 황토집이며 2층 침대 2대에 4명이 잘 수 있고, 씽크대가 있어 간단한 식사를 해먹을 수 있다. TV,화장실이 갖춰져 있다. 침대는 전기장판이 깔려 있어서 온도를 조절할 수 있게 되었다. 숙박료(아침식사포함) 15,000원을 낼때 주인께서 술을 하느냐고 묻기에 사실대로 전혀 못한다고 하니 아무 말없이 돌아 갔다. 같은방에는 40살 먹은 장년, 38살 먹은 노총각 나 이렇게 3명이 자게 되었다. 000케스트하우스에서는 숙박하는 올레꾼을 저녁에 한곳으로 모이게 하고 술과 생선회등 안주를 제공하고 대화와 친교의 시간을 마련한다고 한다. 참가비는 1인당 15,000원이란다. 나는 그냥 쉬다가 깜빡 잠이 들었다. 같은방 올레꾼 2명은 그 모임에 참석하고 11시 30분정도에 돌아 오는 바람에 눈이 떠졌다가 금방 잠이 들었다. 침대를 따뜻하게 하고 자고 일어나니 몸의 피로가 확 풀려 한결 가벼웠다.
다음날 올레꾼 20여명과 함께 난생 처음 먹어 보는 돼지고기국으로 아침식사를 하였는데 맛있었다. 8시 30분에 각자의 일정에 따라 몇 대의 차량으로 나뉘어 타고 가서 내려준다. 나는 1코스 종점이며 2코스 시작점인 광치기 해변에서 내렸다.
오늘은 나를 포함해 4명이 2코스를 걷게 되었다. 2코스는 초반에는 방조제주변을 걸으면서 바다와 들을 지나 야산인 식산봉을 10여분 올라 아름다운 주변 경관을 조망하고 올라간 길로 다시 내려와 들길과 마을길을 걸으면 무밭, 마늘밭, 귤밭 그리고 갈대밭이 이어지고, 2코스시작지점에서 8km쯤 걸으니 자그마한 절 봉원사도 있고 조금 더 가면 천주교 성산교회도 아름답게 자리 잡고 있다.
또한 길가에는 충혼비와 공덕비 10여개가 일열로 세워져 있기도 했다. 매월 4,9,14,19,24,29일에 열리는 고성5일 시장이 올레길 옆에 있는데, 오늘이 9일이니 오는 날이 장날이라고 장이 서고 있었다. 제주 5일 시장을 구경할 수 있는 행운을 얻어 시장을 한바퀴 돌아 보니 사람도 그리 많지 않고 본토의 5일시장과 별반 다를 것이 없었다. 5일시장은 국밥등 먹을거리가 풍성하지만 점심 먹을 시간이 아직 멀어 생략하고 동행중 한명은 한라봉을 사고 나는 옛 추억을 생각하며 붕어빵을 사서 시장앞 공원 밴치에서 나누어 먹는 맛과 길동무간의 정은 오랜 동안 기억에 남을 것 같다.
동행한 A는 38세 총각이며 이천에서 회사에 다니는데 휴가를 내서 3일째 올래 중이고 B는 32세 총각이며 해군제대하고 6개월 후에 유조선을 다기로 되어 있으며 10일일정으로 올레길을 걷고 있단다. C는 40세 가장이며 6일째 올레중 이란다. 동생과 아들 같은 젊은 올레꾼을 만나서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면서 걷는 재미가 쏠쏠하다. 행복이 따로 없다.
홍마트에서 일행들이 올레페스포드에 스탬프를 찍는 사이 나는 주변 경관을 디카에 담았다. 동행한 3명은 올레페스포드를 15,000원에 사서 매코스 시작점, 중간점, 종점에서스탬프를 찍고 있었다. 나도 기념이 되게 올래페스포드를 사서 그들과 같이 스탬프를 받을까 생각하다가도 지난번 집안 청소할 때 기념패를 버린 생각, 기념주화, 기념우표, 기념화폐등을 제대로 관리 못하고 있는 것을 생각해서 아쉽지만 포기했다. 솔직히 아쉽기는 하다.
또 마을길과 들판길을 걷고 또 걸어서 대수산봉을 향해 오름이 시작된다. 표고가 137.3m인 대수산봉은 예전에 물이 솟아나 못을 이뤘다고 한다 그래서 물+메(뫼.미)라 불려지다가 동쪽에 있는 작은 물뫼와 비교할때 큰물뫼 이기때문에 대수봉이라고 한단다. 숨이 찰만하면 정상에 도착한다. 정상에는 산불예방을 위한 초소가 있고 한사람이 지키고 있다. 방문자신상을 기록하란다. 신상을 기록해 주고 멋진 배경을 두고 사진을 몇 방 찍고 눈으로 사방을 바라본다. 성산일출봉과 바다, 우도, 한라산, 풍차, 산간지의 밭 환상의 경치다. 내려오는 중간에 공동묘지가 펼쳐진다. 제주에는 묘에도 돌담이 처져 있고 비석도 옆으로 세워 져 있다. 처음 보는 풍습이다.
올레길가에는 말을 방목하는 목장이 여러 군데에 있다. 외로운가 사람만 지나가면 먹이를 달라고 달려 온다. 갖인 것이 초크렛밖에 없어서 초코렛을 주니 싫단다.
오늘 13km 정도를 걸으니 몸이 지처서 그런지 공동묘지에서 혼인지 까지 4km정도 되는 거리가 왜 이렇게 멀리 느껴지는지 ...... 동행하는 젊은 올래꾼들도 힘들어 하기는 마찬가지였다. 혼인지는 삼성혈에서 태어난 탐라의 시조인 고,양,부 삼신인이 벽랑국에서 온 세공주를 배필로 맞아 혼례를 올렸다는 곳이다. 이곳에는 안내원이 있어 친절한 안내를 받았다. 신방굴과 연못이 있는데 신방굴은 굴에 들어가면 초입에 3곳으로 나뉘어저 있어 고.양.부 삼신인과 벽랑국 3공주가 각각 신혼방을 꾸몄다고 전해진 단다. 연못에는 약간 물이 고여 있고 세공주의 추모비가 서 있다. 그리고 근래에 지은 전통혼례식장과 피로연장으로 이용하는 전통한옥이 두 채가 있다.
드디어 2코스 종점인 은평포구가 800m 남았다. 서서히 배도 곱아오고 몸도 지처 온다. 환해장성을 거쳐 종점에 도착하니 오후 1시 40분이다. 17.2km를 4시간 40분에 완주하였다.
몸은 지쳤어도 마음은 상쾌하다.
은평포구 종점에는 음식점이 었어서 3코스 방향으로 500m 정도 더 걸어 해녀의 집으로 갔다. 동행한 올래꾼 3명은 소라물회를 시키고, 나는 성계국수를 시켰다. 각자 안 먹어본 것을 시켰다. 소라물회를 시킨 3명은 어제 저녁에 술을 먹어서 해장도 하고 술안주도 할 겸 시킨 것 같다. 점심에도 3명이 소주 2병을 비우는 애주가들이었다. 소라물회 7,000원, 성계국수 4,000원, 소주2,000원, 점심값은 더치페이 했으며 절말 싸고 맛있었다.
점심식사를 하고 나니 오후 3시이다. 동행한 3명은 오늘은 그만 걷고 숙소에서 쉬겠다고 한다. 나는 내일 일정을 생각해서 3코스를 한.두시간 더 걷기로 하고 일행과 아쉬운 작별을 하였다.
3코스는 은평포구에서 중산간지역의 농촌과 2개의 오름 그리고 해변을 거쳐 당케포구에 이르는 22km의 비교적 긴코스이다. 해변에서 출발하여 중산간 지역으로 계속 오르막으로 된 도로를 조금은 지루하게 걷고 또 걷기를 반복하였다. 난산리 마을까지 사람을 만나기가 어렵고 양옆에는 귤밭과 방풍림만이 이어질 뿐이다. 또한 도로는 시멘트로 되어 있어서 더욱 힘들다. 위안이 되는 것은 3월 초순임에도 귤나무와 방풍림의 푸른잎, 노란색을 뽐내는 한라봉, 맑은 공기,직장에 다닐 때 사귄 제주지역 동인들의 얼굴을 그리면서 즐겁게 걸었다.
이젠 발이 천근 만근이고 발꼬락에 물집이 생기고 아파서 그만 걷고 싶다. 그러나 여기는 중산지역이기때문에 교통이 나쁘니 조금 더 걷지 하면서 계속 걸었다.통오름과 독자봉을 오르락 내리락 하면서 걷은 길이 흙길이라 발이 편하고, 오솔길의 풍광이 참 좋다. 일부는 목장이고 일부는 소나무숲속의 오솔길로 되어 있어 걷기에 편하다. 정상에서는 동서남북 어디를 보아도 절경이다. 오름의 매력이 여기에 있는 것 같다. 또 길옆에는 녹차밭이 펼쳐지고..
한 두시간만 걷는 다는 것이 3시간이나 걸어 김영갑 갤러리에 도착하였다. 정문이 굳게 다쳐 있다. 관람시간에 오후 6시까지 이다. 더 이상은 못 갈을 것 같아 메모해 간 민박집에 전화를 하니 여자손님들이 있어 남자는 받을 수 없단다. 그래서 올레지도에 있는 고정화할망집에 전화를 하니 픽업을 해 주신다고 하니 얼마나 고맙던지......
차를 기다리면서 오늘 걸은 것을 생각해보니 아침9시부터 저녁 6시까지 31.2km를 걸었다.난생 처음 이렇게 걸은 것 같다. 내일은 발이 아파서 어떻게 걸을까 걱정이 된다. 10여분 기다리니 할아버지가 오셔서 저를 픽업해 간다. 할아버지는 72세 이지만 건강해 보였다. 직접 감귤 농사를 지신단다. 할머니는 몸이 크게 아프셨는데 민박집을 하면서 손님과 이야기도 나누시고 돈도 버신다고 좋아 하셔서 그런지 병이 나았다고 할아버지는 자랑하신다. 민박집에 도착하니 2명의 올레꾼이 이미 와 있다. 서로 인사를 하고 이야기도 나누고 식사도 같이 했다. 한분은 58세로 8일 동안 올레길 14코스를 다 돌겠단다. 또 한 사람은 군입대를 앞둔 대학생으로 1주일 정도 올레길을 돌아볼 계획이란다. 저녁에는 돼지고기볶음에 네.다섯가지 반찬이 나왔고, 아침에는 갈치국에 네.다섯가지 반찬이 나왔다. 할머니 손 맛이 좋아 참 맛 있다.
저녁에는 거실에 있는 TV를 시청하면서 직접 농사지은 한라봉과 감귤을 실컷 먹게 해주셨다. 숙박비는 독방에 20,000원하고 저녁과 아침 식사비로 10,000원이다. 총30,000원을 드렸다
민박집은 게스트하우스와 다른 매력이 있다. 민박은 가정집에서 제주도 토속음식도 먹어보고 제주도 방언도 듣고, 제주도 전통문화에 대한 이야기,농사에 대한 이야기,제주도 올레의 발전 방향에 대한 이야기들을 나눌 수 있어 좋았다. 저의 생각에는 상업적인 게스트 하우스보다는 제주 전통문화 체험이라는 측면과 제주 원주민의 농외소득증대 차원에서 볼 때 민박이 훨씬 좋다고 생각된다. 제주 올레가 지속적으로 사랑을 받기 위해서는 민박을 권장하고 정부의 지원이 있기를 바래본다. 그러나 아쉽게도 젉음층들은 픽업서비스, 싸다는 점을 앞세운 케스트하우스에 몰리는 것 같아 아쉽다.
다음날 아침에 일어나니 밤새 눈이 많이 왔나보다 온 세상이 흰 눈으로 덮혀 있다. 민박집을 나 설려고 하는 데 할머니께서 배고플 때 먹으라고 삶은 달걀 2개를 싸주신다. 20여년 전에 돌아가신 어머니 생각이 난다. 코끝이 찡해 온다. 할아버지께서 김영갑겔러리까지 태워다 주셨다 할아버지.할머니께 감사드린다.
오늘도 김영갑갤러리는 매주 수요일에 휴장하기 때문에 관람할 수 없었다. 민박주인 할아버지 말씀에 의하면 김영갑은 제주 출신이며 서울에서 미술작가로 활동하였다. 폐암에 걸려 고향 제주로 내려와 얼마 남지 않은 여생을 고향제주에 바치기로 작심하고 여러 오름에 올라 제주의 빼어난 경치와 아름다운 풍광을 사진기에 담았다고 한다. 페교한 교실을 구입하여 풍광 사진을 전시하였다고 한다. 김영갑은 저세상으로 가고 지금은 김영갑을 짝사랑하던 여인이 관장이 되어 갤러리를 운영하고 입장료는 2,000원 이라고 한다.
아쉬움을 뒤로하고 오전 8시 40분부터 어제 걷다만 3코스를 걷기 시작 했다. 지금도 눈발이 휘날린다. 신천.신풍바다목장을 지나면서 해변가 올레길로 접어들었다. 조금은 해변 올레길이 단조로웠다. 해변길을 3일에 걸처 걸으니 효용체감의 법칙이 작용하는가 보다. 눈보라속에 하천리의 배고픈다리 그리고 표선해수욕장을 걸으며 해변의 괴암괴석과 해변 설경을 카메라에 담으며 걷다 보니 3코스 종착지 당케포구에 도착했다. 종착지라는 의미가 있는 것 같다. 12지 동물상, 해녀상등 해변공원의 주변 풍광을 좀 더 관찰하고 오래 머물게 한다. 지금까지 54.2km를 걸었다 흐믓하다.
새로운 희망과 기대를 가지고 4코스에 도전한다. 눈을 맞으며 해변가 도로을 한참 걸으니 해비치 호텔이 나오고 해양수산연구원이 나온다. 해변의 자갈길, 숲길, 갈매기 군무,해녀의 집,해녀의 작업현장을 보면서 재미가 솔솔하다. 눈보라가 치고 바람이 세차게 부는 데도 해녀들이 물질을 하는 것을 보니 생활력이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오늘 출발하여 13km정도 걸으니 배꼽시계가 종을 울린다. 가마리 해녀의 집에서 전복죽을 시켜 먹었는데 맛이 기차다. 몇 년전 출장와서 제주시에 있는 식당에서 먹어본 전복죽보다 훨씬 맛있다고 느껴 진다. 왜 이럴까 많이 걸어서 당분이 부족하여 더 맛있게 느껴진 것인가. 커피도 한잔 곁 드리니 이 맛 또한 일품이다.
눈보라가 멈추고 햇볕이 쨍쨍 난다. 가마해녀 올레길 가는 개(해병대길)은 눈속에 핀꽃, 나무터널, 해변자갈길을 걷고 있는데 다시 함박눈이 내린다. 제주의 날씨 변덕은 알아 줄만하다.
환상적인 해변길을 걸으니 중산간 길로 서서히 올라간다. 양옆에는 집들과 귤밭이 이어 진다.
4코스 시작점에서 11.7km 지점에는 알오름이 있다. 초기에는 경사가 제법 심하여 숨을 헐덕 일만 하니 다음부터는 평지에 가까운 경사도의 숲길을 조금 올라가니 정상에는 옛날 토산봉수가 있던자리라 접근을 금하였다.
하산길은 열대지방의 정글 같은 숲길이 펼처져 있어 오싹한 기분과 상쾌한 기분이 오락 가락했다. 거의 다 내려오니 거슨새미라는 셈이 있는데 이 셈이 한라산을 향해 물이 거슬러 흐른다고 하여 거슨새미라고 부른다고 한다. 한참 동안 우비를 입고 눈밭길을 걸을때 기분이 나뿔 것 같은데 그 반대로 기분이 정말 짱이다.
또 걷고 또 걷는데 온통 노란색으로 칠한 큰집이 몇 채 보인다. 특이 해서 가까이 가서보니 닫혀 있는 대문에 큰 글씨로 용화세계, 지천태지법궁이라고 써 있다. 어느 종교일까 생각해 보면서 또 걷는다. 또 한참을 걸으니 영천사 절이 나온다. 공사중이고 육지의 절에 비해 규모도 작아서 겉만 보고 지나 쳤다. 송천 삼석교를 지나 귤밭과 귤하우스를 지나 농로를 지루할 정도을 걸으니 태흥리 해변도로 입구에 도착했다. 이곳은 제주도 순환도로와 교차되어 버스를 탈수 있다. 오늘 약 26km를 걸어서 온몸이 지처 있고 눈보라와 거센 바람을 온 종일 맞어서 그런지 추워 더 이상 걷기가 힘들다. 근처 민박집을 찾을 수가 없어 서귀포에 있는 오영자할망집에 전화로 예약하고 서귀포행 버스에 몸을 실었다.
서귀포에 도착하여 전화를 하니 픽업을 해 주셨다. 오영자할망 민박집은 숙박비 20,000원, 식사비 5,000원이다. 할머니께서 외지에 가셔서 아침은 해 줄 수 없고 저녁은 며느리가 준비해 주셨다. 저녁 메뉴는 돼지고기 볶금에 고사리나물, 도라지나물, 콩나물, 김치등 정갈하고 맛이 좋아 과식할 정도로 많이 먹었다. 숙박비 25,000원을 드리고, 피곤하여 쉬고 있는데 떡을 주셨다. 그러나 배가 너무 불러 사양하였다. 방도 크고 깨끗하고 따듯했다. 또한 TV도 있어 지루하지 않았으나 피곤하여 일찍 잠에 들었다.
올레 4일째인 11일 아침 일직 일어나 하늘을 보니 어제와는 달리 맑았다. 민박집을 나서는 데 주인댁 며느리께서 아침을 대접 못해서 죄송하다고 하면서 떡 두 조각을 은박지에 싸서 주시고 걸을 때 먹으란다. 정을 느끼며 아침 7시 30분에 민박집을 나섰다. 떡두조각을 믿고 아침을 먹지 않고 버스를 한번 갈아 타고 어제 중단한 지점인 남원 해안길 입구로 갔다. 버스비는 한번에 1,000원씩 2,000원이 들었다.
아침 8시 30분 걷기 시작했다. 한라산 설경, 갈매기때의 비행,해변의 자갈길, 오랜세월 파도에 시달리며 만든 괴암괴석, 남원포구의 풍경, 벌포연대등을 감상하며 사진찍는 재미에 시간가는 줄도 모르고 쉬며 놀며 걸어 4코스 종점인 남원포구에 도착했다. 지금까지 총 77.2km를 걸었다.
이번 여행의 마지막 여정 5코스를 시작하기 전에 간식으로 비스켇을 800원에 사고 남원포구를 감상하면서 약 10여분 휴식을 취했다.
5코스는 구럼비부터 황토개까지 2.2km에 이르는 해안가의 높이가 15-20m 기암절벽이 성을 이루듯 서 있고 중앙부분에 있는 큰 바위동굴이 있다. 이를 큰엉이라 하며 이는 바닷가나 절벽에 뚫린 바위그늘(언덕)을 뜻하는 제주도 방언이다. 남원 해안길 1.5km는 우리나라 최고의 해안 산책로이며 아열대북방한계선에 있어 다양한 조류와 식물이 서식하고 있단다. 이코스는 양옆으로 나무들로 둘러 쌓여 있고 길이 잘 정돈되어 있다. 일반관광객도 많이 찾아 오고 있어 사람 구경도 하면서 남녁의 아름다운 이색풍경과 정취를 느낄 수 있는 길이다. 해안길가에는 제주 신영영화박물관이 있고 조금 가면 태고종 희광사 절도 있다.
5코스 시작점에서 5km 정도 지나면 수산물 종 연구소도 지나고 마을과 귤밭을 지나 위미항에 도착했다. 위미항에는 조배머들코지가 있는데 기석이 멋을 더한다. 이곳은 5코스8km 지점이며 3시간 걸려 도착하였다 배가 곱프다. 인근 올레꾼을 위한 한우 전문식당에 가서 7,000원하는 육회 비빔밥을 시켜 먹었다. 이 또한 꿀맛이다.
배에 속이 차니 다시 힘이 난다. 마을을 돌아 걷다 보면 위미리 동백나무 군락지가 있다. 아쉽게도 시든 꽃이 드믄 드믄 매달려 있고 땅에는 떨어진 꽃들이 여기저기 흩어저 있어 지저분한 감마저 들었다. 또 귤밭을 사이에 두고 시맨트 길을 걷다 보면 서귀포시에서 관리하는 보호수인 소나무가 있는데 수령이 450년 , 수고 13m, 둘레가 2.8m 에 달한다. 그런데 담장위해 심은 나무와 뒤엉켜 있어 소나무만의 고귀한 자태를 보여 주지 못하고 있어 아쉬었다. 또 걷다 보면 위미2리 포구가 나온다. 포구에서 남쪽태평양을 바라보면 지귀도가 보인다. 푸른 바다위에 떠 있는 쟁반 같다. 해변에 있는 마을길을 걷고 있는데 할머니가 한라봉같이 생긴 크고 껍질이 질긴 귤(유자) 하나를 주신다. 할머니에게 고맙다는 인사를 하고 걸으면서 생각했다. 올레길를 발전시키는 사람은 올레꾼에게 조건없이 감귤(유자)을 주시는 할머니 같은분과 민박집의 친절하고 저렴한 숙박과 맛난 제주 전통음식을 만들어 주시는 할머니들 이라고.......
해변을 걸으면서 넓은 바다를 보며, 아름다운 해변 절벽, 아름다운 꽃, 어린새싹을 감상하면서 걷다보면 길옆에 공포천 올레쉼터가 있다. 쉼터에 들어가니 부부 한 쌍이 안마기로 몸을 풀고 있었다. 그 부부는 6일째 올레길을 걸었다고 한다. 두 분의 얼굴이 밝아 보였다. 마을 회관의 일부에 쉼터를 만들었는데 온몸 안마기, 쇼파,물등의 시설을 갖추고 있다. 마을자치위원회가 무인시설로 운영하지만 시설이 깨끗하고 피곤한 몸을 풀고 쉬어갈 수 있는 좋은 공간이었다. 올레꾼의 한사람으로 쉼터를 운영하시는 분들게 감사드린다. 관광이다 출장이다 하여 여러 번 제주에 와 보았지만 이번 올레길에서처럼 후한 민심을 맛보지는 못했다. 민심은 농촌,서민에게서 나오는 것 같다. 망장포구를 둘러보고 해안 숲길을 걸으며 이번 올레 여정이 다가오고 있다. 쇠소깍이 멀리 눈에 들어 온다. 나무판으로 산책길을 만들어 아름다운 경치를 감상하며, 관광객을 싣고 있는 태우,맑은 물속의 고기때 보면서 걸으니 5코스 종점인 쇠소깍에 드디어 도착했다. 쇠소깍은 지나 온 여정중에서 관광객이 가장 많으며, 상점과 식당이 많이 있다. 현재시간이 오후2시 이니까 오늘은 18km를 5시간 30분이 걸렸다. 장장 92.2km를 4일에 주파했다.
6코스는 다음을 기약하고 서귀포행 버스를 타기위해 약 700m를 걷는데 계획했던 올레길을 다 돌아서 그런지 몰라도 발도 아프고 어깨도 아프고 몸이 천근 만근이라 한발 한발이 힘들었다. 서귀포까지의 차비는 1,000원이고 서귀포에서 제주터미널 까지는 3,000원이다. 비행기 예약시간이 여유가 있어 대중목욕탕에서 3,500원을 내고 피곤한 몸을 풀었다. 몸도 가볍고 마음도 상쾌하였다. 가까운 시일 내에 다음 올레길을 걷겠다고 다짐하며 김포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이번 4박 5일동안 제주 올레길 1코스부터 5코스 92.2km를 걷고 나서 몸이 가볍고 상쾌해졌다. 69kg이던 몸무게가 67kg으로 줄었고 배살이 많이 빠졌다.
다음 올레는 마누라와 같이 6코스, 7코스 7-1코스를 걷기위해 4월 20일부터 2박 3일 일정으로 kal 비행기표를 예약해 놓았다.기대된다.
* 3박 4일 제주올레 경비내역 : 228,100원
- 항공료 왕복 : 87,800원
- 버스비 : 26,500
- 숙박비 : 50,000
- 식비 : 56,300
- 기타 : 7,500
* 올레길 준비물 : 최대한 가볍게
- 옷은 상.하의 등산복을 입고 등산화는 신고 갔습니다
-> 길들은 등산화 또는 쿠션이 좋은 운동화 - 등산양말 1개, 여벌속옷 상1,하 2벌 추가 - 끈 있는 모자 - 우비 필수지참 - 선글라스, 썬크림 - 스포츠타월1장 - 카메라 - 올레지도(올레안내소에서 무료 배부)
- 수첩, 볼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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