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제2막을 어떻게 살아야 할까
일제로 부터 해방되어 우리정부가 수립된 지 얼마 안 되는 1949년 가을에 내가 이 세상에 태어났다. 그러나 형과 누나들이 태어나서 얼마 안 되어 죽는 바람에 나는 호적나이가 늦게 신고하여 1951년으로 되어 있다.
나도 역시 죽을 고비를 넘기고서야 호적에 올렸기 때문이다. 대전시 유성에서 농사를 짓는 농부였지만 부지런한 부모를 잘 만나 큰 어려움 없이 4년제 대학교를 졸업했다. 지금이야 대학을 졸업하는 사람이 많지만 내가 다닐 때는 유성면에 하나뿐인 유성초등학교 졸업생 400여명중에서 10여명뿐이었다.
1973년 대학졸업과 동시에 NH농협중앙회에 입사하여 유성지소에서근무하다가 휴직을 하고 6개월동안 국방의무로 방위근무를 하였다. 제대후에 복직하여 유성지소에서 잠시 근무하다가 본부로 이동하여 주로 서울에서 근무했다.
조사부,기획실 등 주요부서에서 농협발전과 농민조합원을 위해 열심히 일했고 자기개발에 힘쓴 덕분에 매 직급마다 중간이상의 빠른 승진을 하였다. 2008년말 집행간부인 상무라는 직책을 끝으로 35년의 인생 1막을 마감하였다. 생각하기에 따라 다르겠지만, 농협에서의 직장생활 즉 인생 제 1막 또한 성공한 삶이었다고 해도 되지 않을까.
앞으로 인생 제 2막을 어떻게 올려야 할 것인가?
이것이 나의 남아있는 인생에서의 과제이다.
인생 제1막일 때는 막연히 제2막 인생도 “잘 되겠지”라 생각했다. 제1막일 때는 직장일을 하느냐고 아침에 눈 뜨면 매일 정해진 순서와 시간에 따라 바쁘게 살아왔다.
그러나 막상 직장을 그만 두고 나니 모든 것이 낮설었다. 아침에 일찍 일어나야할 이유도 딱히 할 일도 없다. 그러니 늦잠도 자고 자유롭게 아무 생각없이 살았다. 오랜 세월 다니던 직장이 어렵다는 소식이 들려 올 때마다 마음이 속상했다. 몸도 긴장이 풀려서 그런지 목도 아프고 어깨도 아프다. 이렇게 몸과 마음이 아프다 보니 꿈도 자주 꾸게 된다.
35년 동안 직장에서 얼마나 많은 스트레스를 받았는가. 이젠 머리를 텅 비우고 책도 보지 말고 신문도 보지 말고 TV도 보지 말고 살아 보자는 것이었다. 최소한 1년 동안만이라도 머리를 비우고 살아 보자는 생각이었다.
그리고, 직장을 다니면서 소홀히 한 건강을 증진하기 위해 골프를 열심히 치고, 난생처음으로 헬스장도 가서 운동도 하며 체력을 보강하였다. 목과 어께의 통증도 점차 사라졌다. 퇴직동료와 퇴직선배 그리고 학교친구와 맺은 인연을 중시하여 모임에 빠지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1년차에는 백수가 바빠서 과로사한다는 농담이 있듯이 모임도 많고 운동하자는 사람도 많고 밥 먹자는 사람도 많았다. 정말로 눈코 뜰 새 없이 지나갔다.
인생 2막 제 2년차가 되니 제 1년차와는 조금씩 달라져 갔다. 우선 만나자는 사람이 줄어들었다. 특히 골프치자는 사람이 확 줄고 밥을 먹자는 사람도 줄고 횟수도 줄었다.
이럴 때는 어떻게 할 것인가. 나이가 들면서 점점 홀로 되는 것이 정상이다. 그러니 혼자 살아가는 방법을 모색해야 했다. 생각없이 살자는 1년차의 생각이 문제가 있었다.
마음을 다 잡고 앞으로 인생 제 2막을 어떻게 올려야 할까를 화두로 고민하기 시작했다. 고민에 고민을 거듭한 끝에 인생제2막의 좌표를 만들고 실천하기로 했다.
첫째, 과거를 잊고 살자는 것이었다.
우선 35년동안 근무한 농협에 대해 모든 것을 잊어야 행복해질 수 있다는 확신이 섰다. 청춘을 다 바친 농협에 대한 사랑과 애정이 왜 없겠는가. 누구보다 뒤지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후배들이 나보다 훨씬 훌륭하게 잘 운영하여 농민에게 더 많은 실익을 줄 것인데 무엇 때문에 관심을 갖고 걱정을 하는가. 사람의 심리상 자기가 잘 못한 생각은 안하고 후배들이 잘못한 것만 탓하고 비난하게 마련이다. 부탁도 하고 싶지 않다. 후배들에게 못 할 짓이다. 그래서 은퇴 후 후배들에게 미안하지만 연락을 끊고 살다시피 하고 있다.
그리고 농협에 다니면서 누렸던 온갖 특혜와 권한, 돈, 직책등 과거의 모든 것을 잊어야 한다. 직장에서 운전을 해주고, 스케줄을 관리해 주는 등 직원이 보좌해주던 일을 하루아침에 스스로 해야 한다. 얼마나 불편한가. 이것도 빨리 적응해야 한다.
또한 상무까지 한 사람이 어떻게 그런 일을 해. 체면이 있지 나는 못해. 이런 생각을 갖고 있으면 나만 불행해질 것 같다. 체면을 생각하지 않아야 한다. 현재의 내 위치를 빨리 파악하고 현실에 순응하자.
과거를 잊고 앞을 보고 나의 인생을 개척하고자 한다.
둘째, 건강과 체력증진에 노력하자
제2막 인생에서 건강과 체력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건강을 잃으면 모든 것을 잃는다고 하지 않는가. 직장에 다닐 때에는 바쁘다는 핑계로 골프이외에는 거의 운동을 하지 않아서 그런지 아주 약하지는 않았지만, 그렇다고 체력이 강하지도 못 했다.
지난해부터 시작한 헬스와 걷기를 꾸준히 하고 있다. 집근처에 헬스장이 있지만 걷기위해서 집에서 5km정도 떨어진 헬스장에 등록하였다. 매일 왕복 1시간 정도를 걸으며 유산소운동을 하고, 헬스장에서 약 1시간정도 근력운동을 하고 있다.
또한 시간이 나면 자전거도 탔는데, 며칠전 열쇠줄을 끊고 자전거를 훔쳐 갔기 때문에 이젠 자전거를 탈 수 없다. 그래서 요사이는 시간이 나면 근교 산행으로 체력을 보강하고 있다.
이렇게 운동한 결과 직장에 다닐 때보다 몸무게는 3kg빠졌지만, 체력은 더 좋아졌음을 느낀다.
셋째,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즐겁게 살자
하고 싶은 일을 하면 힘든 줄도 모르고 즐거운 것이다. 직장생활을 하느냐고 하지 못했던 하고 싶은 일을 찾아서 할여고 노력하고 있다.
우선 시간이 없어 못했던 여행을 다니려고 하고 있다. 여행은 혼자도 떠날 수 있고 여러 사람이 어울려 떠날 수도 있다. 여러 사람이 함께 여행하기는 참 어렵다. 시간을 맞추기가 어렵고, 여행지를 정하기도 어렵고, 식성을 맞추기도 어렵다. 이러하니 여러 사람과 어울려 가는 여행은 1년에 한두 번을 하기 어렵다.
그러나 홀로여행은 마음만 먹으면 언제나 떠날 수 있다. 내가 즐기는 여행이 홀로 여행이다. 홀로여행은 진정한 자유여행이다.여행을 하면서 가고 싶으면 가고, 쉬고 싶으면 쉬고, 놀고 싶으면 놀고, 자고 싶으면 자고, 먹고 싶으면 먹고, 걷고 싶으면 걷고, 차타고 싶으면 차타고, 집에 오고 싶으면 오는 등 여행의 모든 것을 혼자 결정하니 얼마나 자유로운 여행인가. 또한 여러 사람이 같이 여행하는 것보다 홀로 여행을 하는 것이 보고 듣고 느끼고 생각하는 여행의 참맛을 더 느낄 수 있다.
그리고 직장을 다닐 때 미국,일본,중국,유럽,호주,뉴질랜드,태국,대만등 해외출장을 다녀왔다. 그리고 조사부에 근무하면서 현장 서베이를 하기위해 우리나라의 농촌과 도시를 거의 다 가보았다. 그러나 일을 하기위해서 간 여행과 지금 다니는 여행은 느낌이 전혀 다르다. 여행의 참맛은 경치나 풍광도 중요하지만, 그보다는 사람이 살아가는 삶의 흔적, 사람의 정과 문화를 알아가는 것이라고 생각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도 풍광이 아름답고, 인정이 넘치고, 찬란한 문화를 꽃피운 곳이 너무 많고, 그래서 가보고 싶은 곳이 너무 많다. 우선 건강과 문화체험을 겸하는 걷기여행을 많이 하고 있다. 제주올레길, 지리산둘레길, 영월 단종역사탐방, 근교산행등 홀로여행의 맛을 터득하고 있다. 앞으로 가보고 싶은 곳이 줄서 있다. 진짜하고 싶은 일을 하며 즐겁게,행복하게 살자.
넷째, 마음을 비우며 하나하나 버리며 살자는 것이다.
마음을 비우면 세상이 보인다고 하지 않는가. 모든 화근이 욕심에서 온다고 믿는다. 우리 주변에 직장생활을 하면서 과욕을 부리다가 병을 얻은 사람, 사고를 당한 사람, 경제적 손실을 본 사람을 수없이 보아 왔다.
권불 몇 년인가. 허망한 것이 권력이 아닌가. 권력을 가졌던 사람, 높이 올라갔던 사람일 수 록 권력을 잃으면 상실감이 더 커서 현실 적응을 못해 힘들어 한다. 심지어 병을 얻거나 우울증에 시달리는 경우도 종종 본다.
경제적인 문제도 마찬가지다. 돈을 더 벌려고 사업을 하거나 투기성 투자인 부동산투자, 심지어 주식을 직접투자하거나 펀드에 투자하여 큰 손실을 보는 경우를 주변에서 많이 보았다.
마음을 비우고 있는 돈을 안전한 곳에 운용하고 돈을 적게 쓰는 것이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 안정감이 있지 않을까. 건강만 하면 2막 인생을 살아가면서 큰돈이 필요한 것은 아니라고 본다. 돈이란 것은 많으면 많은 대로 적으면 적은 대로 걱정이 있게 마련이다.
인생의 가치를 어디에 두느냐에 따라 느끼는 행복이 다르다고 본다. 세계에서 국민들이 느끼는 행복지수가 가장 높은 나라는 후진적이고 가난한 나라인 부탄이라고 한다. 행복의 척도가 돈이 아닌 것은 분명한 것 같다. 돈에 대한 욕심을 버리자.
또한 나이가 들면서 점차 홀로 되어 간다고 하지 않는가. 점차 주변에 있는 사람이 하나하나 멀어져 가게 되어 있다. 제2막이 되면 제일 먼저 제2막에서 인연을 맺었던 사람이 떨어져 나간다. 만나는 친구들도 점차 줄어들고 만나는 횟수도 줄어들다가 멀어지게 되어 있다.
심지어 가족도 마찬가지 아니겠는가. 품안에 자식이라는 말이 있다. 자식도 결혼하여 한 가정을 이루면 점차 멀어지게 되어 있다. 부부도 한날한시에 같이 죽을 수는 없다. 누군가는 홀로 살다가 생을 마감하게 되어 있다. 홀로 생활하는 습관을 드려야 한다.
다섯째, 옳고 그름을 따지지 말자.
인생2막에서는 삶의 기준을 행복에 두어야 할 것 같다. 가족, 친구, 이웃등 누가되었던 간에 옳고 그름을 따져 무엇을 하겠는가. 의견이 다를 때 마음만 상하게 된다. 마음이 상하여 행복한 사람은 없다.
나의 어머니께서는 며느리에게 집안 살림을 물려주고는 일체 간섭을 하지 않으셨다. 딸들에게도 며느리가 살림을 잘한다거나 못한다거나 하는 말씀도 전혀 하지 않으셨다. 손자나 돌보고 동네친구분들과 어울려서 담소를 나누시는 것이 일과이셨다. 지금 생각하면 이것이 가정의 평화를 지키는 지름길이었다.
나도 결혼을 한 자식들의 일에 가능한 관여를 하지 않으려고 노력하고 있다. 어련히 알아서 잘 살겠는가.
가족뿐만 아니라 친척, 친구 등 어느 누구와도 세상만사 옳고 틀림을 따져서 무엇을 하겠는가. 사람마다 경제능력이 다르고, 사회 적응력이 다르고 살아온 시대와 환경이 다르다. 이에 따라 생각과 이념 그리고 가치관이 다른 것은 당연하다.
나의 주변 사람들의 의견을 존중하며, 그들의 의견을 받아 드리자고 다짐한다. 참말로 어려운 일이지만, 주변 사람들과 갈등을 일으키지 말고 마음의 평화 즉 즐거운 마음, 행복한 마음을 갖고자 한다.
끝으로 작은 것에 감사하면서 살자
인생의 전반부인 제1막 인생이 아무리 화려해도 인생이 성공했다고 단정할 수 없다. 흔히 인생을 마라톤에 비유하지 않는가. 인생의 마라톤을 완주하려면 무엇보다도 제2막 인생을 충실하게 보낼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할 것 같다.
제2막의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화두는 행복이다. 행복하지 않으면 의미가 없다. 모든 삶의 기준은 행복이다. 젊음도 건강도 돈도 권력도 행복하지 않다면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모든 사물을 보거나 사람을 대할 때 모든 것을 긍정적으로 보고 감사하며 살려고 노력하고자 한다. 작은 것에 감사하는 감성과 마음이 있어야 만이 행복해 질 수 있지 않을까.
마지막 제2인생은 행복을 추구하며 살고자 노력하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