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원 바래봉 등정기
운봉 바래봉 등정기
지리산길 제1구간 주천-운봉을 완주하고 동편제라는 식당으로 들어가 점심 겸 저녁으로 청국장을 먹고 주인에게서 바래봉등산과 민박정보를 얻었다. 바래봉입구 마을인 용산리를 향해 발걸음을 재촉했다. 운봉에서 바래봉쪽으로 아스팔트길을 한참 올라가니 양옆 이팝나무 가로수에는 흰꽃이 활짝 피어 아름답다.
고개를 넘으니 아름다운 꽃밭이 넓게 펼쳐진다. 가까이 가서 보니 허브밭이다. 밭 한가운데에 “지리산웰빙허브산업특구”라는 프랑카드가 설치되어 있다. 용산리 허브밸리는 2005년 지리산 웰빙허브산업특구로 지정받은 21만평 규모의 허브관광특구이다.
온갖 종류의 허브꽃밭과 지리산 자생식물, 아름다운 펜션 같은 가공공장, 허브체험장등 각종 허브관광시설을 둘러보았다. 특히 24.5ha나 되는 광활한 케모마일허브와 양귀비과인 포피의 빨간꽃이 아름답다.
그리고 민박을 한다는 용산리 리장댁으로 갔으나 사람이 아무도 없다. 리장에게 전화를 하니 조금 기다리란다. 조금 있으니 부인이 와서 문을 열어주고 집을 지키라고 하며 다시나간다. 부락에서 공동으로 운영하는 펜션에서 일해야 하기 때문에 바쁘다고 한다.
한 참후에 리장이 들어 와서 통성명을 나누고 허브단지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허브농사의 경제성이 논농사보다는 좋다고 한다. 오늘도 200명의 손님을 맞고 점심을 팔았다고 한다.
이장에 의하면 24.5헥타르의 케모마일밭에는 하얗고 사랑스런 꽃으로 장관을 이룬단다. 보는 관광에서 체험관광으로 발전시켜 허브꽃따기 체험과 허브를 이용한 아로마테라피 경험과 허브티, 압화카드, 양초, 허브염색, 향수, 양초를 만드는 체험프로그램 및 허브분화와 액자만들기, 맛있는 허브음식만들기 등은 다양한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있단다.
농민들도 머리를 쓰며 농사를 지으면 소득이 지금보다 좋아 지겠지....
잠이 온다.
< 바래봉 등정기 >
다음날 아침 4시 30분에 일어나서 바래봉등산을 준비하고 5시에 민박집을 나섰다. 해발 580m 정도되는 허브관광특구내에 있는 철죽은 꽃이 다 떨어지고 잎사귀만 무성하다. 철죽꽃을 보기위해서 서둘러 온다고 왔는데 아쉽다.
임도를 따라올라 가다가 산악회의 리본을 따라 사잇길로 오르기 시작했다. 초기에는 활엽수로 우거진 숲길을 걷고, 산을 올라 갈수록 소나무숲길로 바뀌고 경사도 높아진다.
숨이 차오고 온몸에 땀이 베어온다. 한참만에 산등성에 오르니 신기한 현상이 벌어진다. 능선 동쪽에는 도토리나무등 활엽수가 군락을 이루고 서쪽에는 소나무가 군락을 이루고 있다. 자연림인데 이럴 수가 있는가...자연의 섭리인가....
능선을 따라 더 올라 가면 철죽에 한 두 송이 꽃이 피어 있다.
이를 놓칠세라 사진을 찍는다. 산을 오를수록 철죽꽃 송이가 점점 많아진다. 복조리를 만드는 산죽군락지도 만나고 아름다운 소나무도 보면서 올라가면 차가 다니는 등산로가 나온다.
그 길을 따라 올라가다 보면 양쪽에 철죽꽃이 장관을 이룬다. 바래봉이 800m남은 지점부터 길 양쪽에 형형색의 철죽꽃이 아름다움을 연출한다.
카메라의 샷터를 눌러 대고, 주변을 감상하며 천천히 올라가다 보면 바래봉 삼거리가 나온다. 바래봉과 철죽군락지 그리고 운봉으로 가는 길이다. 사진기를 들고 가는 사람들이 여기저기에서 사진을 찍고 있다. 바래봉으로 향해 가는데 어제 비가 와서 길이 진흙투성이다. 힘겹게 올라가니 바래봉이 200m라는 이정표가 보인다.
바래봉쪽은 나무라곤 철죽이 몇 그루 있을 뿐이고 아래쪽은 나무가 울창하다. 이 또한 자연의 신비인가,아니면 인간의 장난인가. 경사가 제법 높은 길을 올라가니 해발 1165m인 바래봉 정상이다.
바래봉을 올랐다는 것을 자랑하기 위해 집에 있는 마누라에게 전화를 하니 잠에서 들깬 목소리다. 몇시인데 지금까지 자느냐고 물으니 7시란다.
등산을 시작한지 2시간 만에 정상에 오른 것이다. 나침반으로 정확히 북쪽을 보니 원근의 산등선이 잔잔한 물결을 치는 듯 하고 동쪽은 원근의 산등선이 분명하고 골짜기에는 마을이 선명히 보인다. 남쪽에는 천왕봉,촛대봉,반야봉,노고단등의 능선이 선명히 보이고 서쪽에는 가까이는 운봉 들녘과 낮은 등선이 원거리에는 산등선이 마치 지평선같이 아름답다.
정상에는 바람이 심하게 불고 손이 시럽다. 철죽꽃을 사진찍으러 온 사람에게 부탁하여 바래봉등정 증명사진을 찍고 하산을 시작했다.
바래봉삼거리에서 오늘 제2 구간을 걸어야 하는 일정을 생각해 온 길로 내려갈까 아니면 철쭉군락지로 돌아서 내려갈까를 망설이다가 철쭉군락지로 돌아가기로 하고 걷기 시작했다. “소나무도 쉬고 싶다”는 안내판이 있는 소나무를 보니 아름답다. 서서히 1km정도를 걸어가니 철쭉군락지가 펼쳐진다.
철쭉이 장관을 이루는데 마치 진홍물감을 풀어 놓은 듯 착각에 빠질 정도로 환상적이다. 해발 500m에서부터 시차를 두고 피기 시작하여 정상까지 5월내내 장관을 이룬다. 바래봉 철쭉의 군락은 세걸산까지 3~4Km에 이르러 펼쳐지는데 우리나라 어느 곳의 철쭉보다도 화려하고 화사하여 많은 등산객을 매료 시키고 있다. 특히 꽃속을 걷는 기분이 짱이다.
서울에서 사진동호회 40여명이 밤새워 달려와 여기저기서 철죽꽃의 아름다움을 카메라에 담고 있다. 나도 여기저기에서 아름다운 풍광을 찍었지만 사진보다는 눈으로 보는 풍광이 더 아름답다.
철죽꽃이외에도 아름다운 들꽃과 나무에서 핀 꽃을 감상하고 꽃향기를 맡으며 하산길로 접어들었다. 길이 미끄러워 조심조심하며 숲길을 내려 왔다. 내려오면서 야생화를 찍고 사진동호회의 일원과 대화하면서 내려오다 보니 벌써 하산했다. 오전9시이다. 왕복 12km 정도 걸었으며 총 4시간이 소요되었다.
어제 갔던 동편제 식당에서 통태찌게로 아침식사를 하고 조금 쉬었다.